경제·금융 금융가

브렉시트 이후...은행들 유럽 영업망 다시 짠다

하나銀, 룩셈부르크 거점 계획 접고

獨 프랑크푸르트 법인에 힘 싣기로

우리銀도 독일 신규법인 설립 검토

국민은행은 런던법인 지점전환 진행

시중은행들이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유럽 시장 공략 계획을 새로 짜고 있다. 영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는 줄이고 동유럽을 비롯한 기타 지역 공략을 강화해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세를 이어나가겠다는 것. 특히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동유럽 시장 공략에 한층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이달 말 독일 프랑크푸르트 현지법인과 체코 오스트라바 현지 사무소를 방문할 예정이다. 함 행장은 이번 방문을 통해 현대자동차 등 동유럽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함 행장은 지난 5월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해 현대차 러시아 공장 관계자들과 직접 만나기도 하는 등 동유럽 시장에서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룩셈부르크에 유럽통합법인을 신규 설립하는 방식으로 유럽시장 공략 틀을 새로 짤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말 기존 프랑크푸르트 법인에 힘을 싣기로 방침을 선회했다. 무엇보다 브렉시트로 런던 지점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서유럽 시장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짐에 따라 동유럽 시장 공략을 통한 수익원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장기적으로는 동유럽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 및 현지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투자금융(IB) 시장 진출도 구상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브렉시트 이후 유럽의 경제 지형이 바뀌었기 때문에 프랑크푸르트 법인이 당분간 주축이 돼 움직일 것”이라며 “현지 사정에 맞게 유럽 전략을 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신규 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유럽연합(EU) 가입국 중 유일하게 영국에만 지점이 있었지만 브렉시트에 따라 EU 공략 발판이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현지 법인이 있기는 하지만 EU 가입국이 아니기 때문에 유럽 시장을 공략하는 데 제한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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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프랑크푸르트에 법인을 설립할 경우 여타 EU 가입국에 지점이나 사무소 등을 사전신고만으로 낼 수 있기 때문에 영업망 확대에 상당히 유리하다. 우리은행은 또 폴란드 현지에 사무소를 설립, 현대차 협력업체 공략을 통한 동유럽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영국 런던 현지 법인을 지점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지점은 법인과 달리 본점의 자본금과 신용등급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금 조달이 쉽고 대출 여력도 커진다. 법인의 경우 지점을 추가로 내기 쉬워 리테일 시장 공략에 유리하기는 하지만 기업금융 위주로 운영되는 영국 시장에서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는 것이 국민은행 측의 판단이다. 국민은행은 내년 상반기 즈음에 영국 금융 당국에 지점 전환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 밖에 신한은행은 브렉시트에 따른 영향이 아직 제한적이라고 보고 유럽 시장 공략 틀을 당분간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현재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현지 법인이 있으며 영국 런던 지점과 폴란드 사무소를 하나씩 갖고 있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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