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조세연은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와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동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법인세 부담 수준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앞선 정부의) 법인세 인하 정책은 ‘부자 감세’로 비난받을 대상이 아니다”라며 “법인세 인상은 잠재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등 추진될 경우 우리 경제가 치러야 할 대가가 생각보다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총 41쪽에 달하는 이 보고서는 “우리와 경제규모·체질이 비슷한 나라의 법인세와 한국을 비교한 결과 우리가 오히려 높다”고 분석했다. 총 182개 나라를 분석한 결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4만달러 구간인 나라들의 최고 법인세율 평균은 22%로 1인당 GDP가 약 2만7,000달러인 우리와 같았다. 또 GDP 대비 수출 비중이 45~60%인 나라들의 최고 법인세율 평균은 20%로 한국이 더 높았다. 한국의 GDP 대비 수출 비중은 52%다. 보고서는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는 높은 법인세율을 물리면 해당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법인세를 낮게 가져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세연은 금융위기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부분의 국가가 법인세를 낮추고 있으며 특히 법인세수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오히려 법인세를 인하한 나라도 16개나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8년 대비 올해 법인세율(지방세분 포함)을 인하한 OECD 회원국은 총 18개에 달한 반면 인상한 곳은 6개국뿐이었다. 특히 한국의 수출 경쟁국인 일본은 2008년 이후 법인세율을 총 9.6%포인트나 낮췄다.
보고서는 만약 법인세를 인상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후폭풍도 경고했다. 법인세 인상이 가뜩이나 위축된 기업의 설비투자를 더 쪼그라들게 만들어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학계의 실증분석을 인용해 “법인세 인상으로 인한 투자위축 효과는 명확하다”며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세율 인상은 기업경영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노동개혁 등 잠재성장률 제고에 필요한 정책들의 추진이 순조롭지 않은 상황에서 법인세율 인상은 잠재성장률 제고에 부정적인 정책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어 실증분석을 인용해 “법인세 인상으로 기업주에게 돌아가는 부담은 40%인 반면 근로자에게 30~35%, 토지소유주에게 25~30%의 부담이 귀착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복지비용 충당 등으로 반드시 증세가 필요하다면 소득세·소비세·법인세 순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국에 비해 한국의 GDP 대비 소득세·소비세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턱없이 낮은 반면 법인세수는 높다는 것이다. 2000년대 한국의 GDP 대비 소득세수 비중은 3.6%로 OECD 평균인 8.8%의 절반도 안됐다. 소비세수도 8.5%를 기록해 OECD의 11.1%에 못 미쳤다. 반면 법인세는 3.6%를 나타내 3.3%인 OECD 평균을 웃돌았다.
이에 대해 더민주의 한 핵심 관계자는 “가계의 소득 증가세가 지지부진해 소비가 안 되는 현재와 같은 총수요 부족 시대에는 기업의 막대한 부를 가계로 환원해 총수요를 진작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법인세 인상이 가계의 소득을 늘리는 상징적인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