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격년 주기로 한국 경제에 대한 진단과 권고를 ‘한국보고서’로 발표하고 있다. OECD는 2007년 한국보고서에서 한국 경제의 3대 과제로 ‘저출산고령화·노동개혁·구조조정’을 제시했다. 올 5월에 발표한 2016년 이 보고서에서도 비슷한 진단과 권고를 내놓았다. 한국 경제에 대한 OECD의 진단과 권고 내용은 10년째 비슷하다.
정부는 저성장과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을 펴왔다. 올해도 11조원의 추경을 포함해 20조원 정도의 돈을 푸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근본적 구조조정을 미룬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결과는 소비 진작이 단발성에 그치면서 나랏빚만 늘었고, 2~3%대의 저성장이 고착화됐다. 저출산 문제도 그대로다. 여기에 노인빈곤율(중위소득의 50% 미만의 소득 얻는 노인가구의 비율)은 49.6%로서 세계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노인 2명당 1명이 빈곤에 시달린다는 얘기다.
앞으로 한국 경제는 OECD가 제시한 저출산고령화 해소, 노동개혁, 구조조정 없이는 소비와 투자가 개선되지 않는다. 돈이 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구·노동·산업’의 근본적인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 특히 저출산고령화를 해결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저성장에서 헤어날 수 없고 국가 존립마저 위태롭게 된다. 저출산고령화는 경제 성장의 원동력인 소비인구와 생산가능 인구를 줄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적인 저출산국인 일본에 역전당할 정도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2015년 인구동태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1.46명으로 최저였던 2005년의 1.26명보다 0.2명 상승했다. 1993년 1.50명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지난 10년간 저출산대책에 80조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2015년 합계출산율이 1.24명으로 2007년(1.25명)보다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출산율이 증가한 배경을 경제가 호전되면서 일자리가 늘어 청년취업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호경기에는 결혼과 출산이 늘고 불경기에는 줄어든다는 기존 연구와 일치한다. 한국 상황을 보면 실제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20%(약 100만명)에 가깝다. 이런 가운데 아이를 낳으면 출산장려금 몇 푼 주고 세금 몇 푼 깎아준다 해서 청년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겠는가. 한국의 저출산 대책은 너무나 비현실적이고 공허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예산만 낭비하고 성과가 없는 과거의 대책을 되풀이하게 된다.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이들의 소득을 높여줘야 출산율 증가로 이어진다. 정부 정책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편 노동개혁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소, 고용 유연화로 산업현장을 안정시키고 청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필요한 절체절명의 과제다. 지금 유럽의 우파 정권인 영국·독일·스페인뿐만 아니라 좌파가 집권한 이탈리아·프랑스조차 고용 유연화를 중심으로 한 노동개혁에 나섰다. 노동개혁이 마무리된 유럽 각국에서는 최악의 경제 상황이 호전되거나 청년실업률이 개선되는 등 개혁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반면 한국의 노동개혁은 여야 정치권의 정략적 대응과 노사의 제 몫 챙기기에 가로막혀 한 치 앞도 나가지 못한 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아까운 세월만 보내고 있다. 당사자인 노사·국회와 정부의 반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마지막으로 제4차산업에 성장과 일자리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이는 중국 등 신흥국의 추격이 코앞에 와 있는 반도체·휴대폰 이후를 먹여살릴 신수종 개발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먼저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 조선·해운·철강 등 중후장대산업은 필수적이고 좀비기업을 비롯한 경쟁력 없는 기업과 낙후산업의 구조조정도 중요하다. 자금이 제4차산업 등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투입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정부는 개인과 기업의 자율과 창의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의 ‘연구개발(R&D) 지원과 규제완화’로 제4차산업을 뒷받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