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현지 소식통은 25일(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 북한 총영사관에 들어가 있는 무역대표부 소속 외교관이 최근 탈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탈북 시점은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가 망명한 시점과 비슷한 지난달로 가족과 함께 탈북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블라디보스토크 탈북 외교관은 지난달 초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북한 무역대표부에서 근무하다 제3국을 거쳐 한국으로 탈북한 김철성 3등 서기관보다는 직급이 높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 외교관이 탈북 후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는 즉각 파악되지 않았다.
무역대표부 소속 외교관은 북한 무역성에서 파견돼 무역 관련 업무와 함께 북한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해 보내는 등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에 대해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한국 총영사관은 “논평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올해 초 4차 핵실험과 연이은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고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하면서 외화수입이 크게 줄어들자 외교관 등 해외 파견자들의 외화벌이 부담이 한층 가중돼 연쇄 탈북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최근에는 북한 엘리트층조차 무너지고 있고 북한의 주요 인사들까지 탈북과 외국으로의 망명이 이어지는 등 심각한 균열 조짐을 보이면서 체제 동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힌 것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이 같은 북한 외교관의 잇따른 탈북과 관련해 북한 내각 무역성과 보위부 합동검열단이 파견돼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북중접경인 중국 지린(吉林)성 창춘(長春)과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단둥(丹東) 등지의 무역대표부에 대한 일제 검열을 했다는 소식이 있다고 일부 언론이 보도했다.
약 100명 규모의 검열단은 중국 동북3성의 북한 무역대표부 인력을 대대적으로 물갈이한 뒤 지난 22일 평양에 복귀했고, 이후 접경지역의 북한무역대표부 활동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탈북 외교관이 무역대표부에 근무했다는 점에서 대표부를 물갈이 0순위로 삼았고, 현지 북한 공관원과 무역업자 등을 대상으로 부채 유무 등 망명 동기가 될 수 있는 요소가 있는지를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북한은 애초 오는 28일부터 지린성 옌지(延吉)에서 열리는 ‘제11회 중국 옌지·투먼장 국제투자무역상담회’에 북한기업을 참가시킬 예정이었으나 최근 일정을 취소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