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당시 강제 징용으로 인해 원자폭탄에 피폭된 한국인 피해자들에게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9,000만 원씩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7부(부장판사 최기상)는 25일 강제 징용 피해자 14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14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해자 14명에게 각각 9,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경기도 평택에 살던 이들 14명은 1944년 9월 강제로 일본에 끌려가 히로시마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군수공장에서 일했다. 이듬해 8월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로 부상을 입은 뒤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 돌아왔다.
이후 피해자들은 후유증에 시달렸고 2013년 7월 “미쓰비시중공업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위험한 노동을 하게 했고 원폭 투하 당시 구호조치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피해자 1인당 1억 원 씩 총 14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미쓰비시중공업 측은 이에 “그 당시 미쓰비시중공업과 지금의 회사는 다르고, 이미 피해자들이 일본에서 제기한 소송에선 패소한데다 한일청구협정권에 따라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미쓰비시중공업이 홍씨 등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미쓰비시중공업의 강제연행 및 강제노동 강요행위는 당시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 식민지배 및 침략 전쟁 수행에 적극 동참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하며 “원자폭탄 투하 후 홍씨 등을 구호하지 않고 방치한 행위는 사용자로서의 안전·배려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 14명 중 13명이 숨진 상태다.
한편 앞서 부산에서도 미쓰비시중공업에 강제동원된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해 2013년 7월 말 파기환송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애초 1심과 2심은 시효가 지나 청구원이 소멸됐다고 판단하거나 일본 재판을 인용하면서 원고 패소 판결했지만, 대법원이 “한일청구권협정을 이유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하면서 재심리가 이뤄진 것이다.
현재 이 사건은 미쓰비시중공업이 부산고법의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효정인턴기자 kacy95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