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마음코칭] 고개를 돌리니, 이 자리가 천국

정운스님·동국대 선학과 외래교수

욕망은 성취 이끄는 원동력이지만

만족 모를 땐 고통으로 밀어넣어

노력해서 이룰 수 없는 일이라면

집착 버리고 순리대로 살아가야

정운 스님정운 스님




더위가 한창인 여름, 1년에 한 번 필자를 방문하는 4∼5명의 사람들이 있다. 수년 전에 필자의 책을 보고, 찾아오겠다고 해서 인연이 된 분들이다. 이들은 모 사찰의 신도들인데 60대 초반으로 인생에서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분들이다.


올해도 그들은 단체로 방문했다. 모두 차를 즐겨 마시는 분들인지라 다양한 차를 마시면서 두어 시간 넘게 담소를 나눴다. 대화 중간에 A라는 보살님(불교에서 여성 신도를 호칭)이 이런 말을 했다.

“스님, 올해 봄에 손자가 태어났습니다. 손이 귀한 집안이라 손자를 기다렸는데 이제야 손자를 보게 됐습니다.”

이 말이 끝나자, B보살님이 A보살님을 부러운 듯이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스님, 저도 결혼한 아들이 있는데 결혼한 지 몇 년이 됐는데도 손주를 아직 못 봤습니다. 손자이든 손녀이든 상관없으니 제발 손주가 하나 생겼으면 원이 없겠습니다.”

B보살님의 말이 끝나자 C보살님이 조용히 이렇게 말했다.

“스님, 저는 아들과 딸이 있는데 모두 30대 중반입니다. 손주는 고사하고 그저 자식들이 결혼이라도 했으면 원이 없겠습니다.”

가만히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 혹 이들 중에 그런 분은 없지만 일찍 단명한 자식이 있는 분이 있다면, 지금 저들의 말들이 얼마나 사치스런 말들인가. 병으로 평생 누워 살더라도 살아 있는 자식을 간절히 바랄 것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세상이다. 모든 인간은 나의 밥그릇보다 남의 밥그릇을 기웃거리며 내 밥그릇의 양이 적다고 투덜거린다. 만족하지 못하고 저 높은 곳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불교경전 ‘숫타니파타’에는 “자식이 있으면 자식 때문에 근심이 생기고, 소가 있으면 소 때문에 걱정할 일이 생긴다. 곧 집착 때문에 근심 걱정이 떠나지 않는다”라고 했다. 곧 우리가 가진 만큼 고통은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줄 알면서도 더 많은 욕심을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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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우리는 자신이 가진 것에 비해 높은 가치와 소원을 바란다. 자신의 능력이나 처지에 비해 원하는 것들이 높다 보니 인간은 늘 고통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성취하고 싶어 안달해 목적을 이뤘다고 치자, 만족을 할까. 아마 또 다른 욕망에 사로잡혀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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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기 마련이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도리이다. 하지만 노력해서 될 일이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를 잘 판단해야 한다. 취업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서 자격증 등을 완벽하게 구비해놓고 기다리면 언제고 바라는 일이 성취된다.

그런데 앞에서 이야기한 것들, 즉 결혼 못한 자식을 닦달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손자가 없다고 며느리를 야단치거나 구박할 수 없지 않은가. 곧 물이 흘러가는 대로 순리대로 받아들이고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만의 성엄 스님 법문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산이 돌지 않으면 길을 돌리고, 길이 돌지 않으면 사람이 돌아가고,

사람이 돌아갈 수 없으면 마음을 돌려라.”

욕심과 순리는 엄연히 다르다. 순리대로 따라야 할 때가 있는 법이지 욕심낸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내 욕심대로 상대방을 변화시키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상대와 현상이 맘에 들지 않으면 마음을 돌리면 된다. 그러면 순리대로 흘러갈 것이다. ‘회두시안(回頭是岸)’이라고 하지 않는가. 고개를 돌리니, 이 자리가 피안(천국)이라는 것….

정운스님·동국대 선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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