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롯데그룹 커지는 경영공백

롯데그룹 경영 전반을 사실상 총괄해 온 이인원 롯데 정책본부장(부회장)이 26일 스스로 목을 매 숨지면서 그렇지 않아도 위축돼 있던 롯데 계열사 경영은 더욱 움츠러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진 이후 롯데 경영은 사실상 ‘올 스톱’ 됐다.

제2롯데월드 건축 사업을 이끌던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가 지난 6월 구속된데 이어 신동빈 회장의 ‘가신(家臣)’으로 꼽히는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과 허수영 롯데케미칼 대표 등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 나가 조사를 받았다.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등도 출국금지로 발이 묶여 정상적인 회사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게 롯데 측 하소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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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롯데케미칼이 추진했던 미국 화학기업 액시올에 대한 인수합병(M&A)이 이미 무산됐고 오너의 ‘결단’이 필요한 대규모 투자도 집행이 어려워졌다.

더구나 검찰의 칼 끝이 신동빈 회장과 핵심 임원들을 직접 겨냥하면서 경영전략을 구상해야 할 참모들은 수사 대응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사정에 밝은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오너 일가에 대한 집중 수사가 진행되면서 경영상 결재 상당수가 이 부회장을 통해 이뤄졌다”며 “4·4분기 경영계획 수립과 같은 계열사 별 보고 일정 등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2·4분기까지 선방했던 주요 계열사 실적이 하반기 이후 하락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계열사 중 최대실적을 낸 롯데케미칼의 경우 상반기 영업이익이 1조1,675억원에 달해 반기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승승장구 했으나 시황 악화 등에 따라 실적이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유화업계의 한 관계자는 “석유화학 기업은 업황에 따라 대규모 보수 일정 등을 잘 조율해야 더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다”며 “지금과 같은 경영공백 상태에서는 책임을 질 수 있는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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