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마인드웨어> 좀 더 나은 선택을 내리려면 추측하지 말고 실험하라

■리처드 니스벳 지음, 김영사 펴냄



<질문1> 하루에 아이가 약 45명 태어나는 A병원과 약 15명 태어나는 B병원이 있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통상 50%의 비율로 태어나지만 때때로 남자아이가 더 많이 태어나는 날도 있다. 1년 동안 두 병원에서 남자아이가 60% 넘게 태어난 날을 기록한다면 어떤 병원의 기록일이 더 많겠는가.

<질문2> 두 종류의 주식을 보유 중인데 A주식은 최근 몇달간 주가가 제법 올랐고 B주식은 손해를 봤다. 하나를 팔아야 한다면 어느 주식을 고를 것인가.

다른 모든 조건이 같다고 한다면 두 질문 모두에서 B를 고르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다. 통계에서 대표 값(50%)과 거리가 먼 이탈 값(60%)은 개체 수가 적을 때 더 자주 나타나며, 값이 올라가는 주식이 앞으로도 계속 오를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종종 다른 답을 낸다. 인간은 경험과 추측에 의존하는 어림짐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때가 많기에 때론 ‘큰 수의 법칙’인 통계가 작은 수에서는 적용 안 된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이다(질문1). ‘손실회피’를 극도로 꺼리는 인간 본성 탓에 값이 더 내려갈 가능성이 높은 주식을 포기하지 못하기도 한다(질문2). 이 같은 생각의 오류들은 학습과 노력을 통해 교정될 수 있을까.


물론이다. 저자는 과학적·철학적 사고나 논리적 판단, 효과적인 생각법도 얼마든지 학습을 통해 단련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다만 그에 앞서 우리의 믿음이 크게 잘못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저자는 우리가 ‘직관에 의존하는 과학자’라고 말한다. 입증되지 않은 증거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고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채 판단에 필요한 충분한 정보 수집을 게을리한다. 일례로 회사에서 어떤 사람을 뽑을 때 긴 시간을 함께 지낸 사람의 추천서보다 20분간의 면접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을 꼬집는다. 함량 미달의 사람이 20분간 인생 최대의 실력을 발휘했을지 그 누가 알 수 있을까. 그에 따르면 면접이란 그 사람에 대한 모든 정보 가운데 아주 작고 단편적이며 편향 가능성이 높은 표본으로 그 정보에 절대적 확신을 품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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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우리가 좀 더 훌륭한 과학자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판단을 과신하지 말고, 작은 정보들로 결론을 추측하지 말며, 판단을 흐리게 하는 상황과 맥락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대신 의심하고, 검증하며, 실험할 것을 권한다. 어떤 결정의 결과를 테스트하기 쉬운 상황에서조차 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저자는 몇 가지 간단한 사고 실험 도구들도 소개하는데 벤저민 프랭클린이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 사용했다는 ‘결정 분석’,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일했던 댄 시로커의 ‘A/B 테스트’ 등이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직관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극히 복잡하거나 창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무의식이 더 탁월하다고 설명하며 그 힘의 혜택을 적극 누리라고 한다. 하지만 언제 무의식(직관)의 힘에 의지할지, 언제 명백한 규칙을 통해 선택을 해야 할지는 직접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논리적 사고를 의식적으로 반복함으로써 습관화하고 그 사고력이 무의식의 기저에서 일을 할 때 진정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학계의 주류로 떠오른 행동 경제학이나 사회심리학 서적들을 다수 읽은 독자라면 별반 새로운 내용이 없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수많은 관련서의 핵심을 한 권에 담아냈다는 점과 실제 활용 가능한 생각 도구들까지 담아냈다는 점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1만8,000원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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