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커피 시장은 양적 성장은 이뤘지만 질적 성장은 뒤떨어진 상황입니다. 커피 전문점들은 레드오션이 된 시장 상황을 탓할 게 아니라 국민들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줄지 않는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고유한 커피 맛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할 때입니다.”
지난 2012년 2월 서울 이문동에 문을 연 7평짜리 매장을 전국 7개 지점으로 확장, 한 해 평균 10만명이 이상이 찾는 브랜드로 키워낸 김현덕(사진) 커피DNA 대표는 이 같은 커피 철학을 쏟아내며 말문을 열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김 대표는 오랜 시간 자취 생활을 하며 쌓아온 요리 실력을 바탕으로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시작은 샌드위치 전문점이었지만 곁들일 음료로 커피를 제조해 팔기 시작하면서 되려 커피의 매력에 푹 빠졌다. 결국 커피 전문가가 된 그는 여러 사람들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는 대중적인 맛을 넘어 한걸음 더 나아간 커피를 원했다. 대체로 커피 맛이 진하면 쓴맛이 강한 경향이 있는 점을 보완하고 싶었다. 그는 “낮에는 여러 카페들을 방문하면서 싱글 원두로 만든 커피를 수없이 맛보고 밤에는 수많은 원두를 블렌딩한 끝에 7종의 원두를 활용한 최적의 원두 비율을 찾아냈다”며 “커피 맛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어 유전자 최소 단위인 DNA를 브랜드명에 더했다”고 말했다.
그의 고민이 담긴 커피DNA는 해발 1,700~2,200m에서 생산된 고품질의 원두 생두 만을 엄선해 수작업으로 로스팅과 블렌딩을 한다. 김 대표는 “커피DNA의 가장 큰 장점은 아메리카노와 라떼에 사용하는 블렌딩 원두가 각각 다르다는 것”이라며 “물과 우유에 더 잘 섞이는 원두를 각각 선별해 아메리카노와 달리 라떼는 기름에 더 잘 섞일 수 있게 유분기가 있는 원두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올여름 커피 시장을 강타한 더치커피는 커피DNA가 2012년부터 일찍이 판매했던 인기 메뉴 중 하나다. 김 대표는 우연히 유명 카페에서 더치커피를 맛본 후 실망하고 120구의 더치커피 기구를 설치하면서 직접 더치커피 제조에 나섰다. 커피는 정량만 추출해야 맛있다는 김 대표의 철학에 따라 더치커피의 물의 비율을 타 업체 보다 줄여 진한 맛을 낸 것이 인기 요인이다.
커피DNA는 자체 원두 수급이 가능한 로스터리도 보유하고 있다. 공장에서는 매일 100㎏씩 전국 매장에 보내는 양의 원두를 볶는다. 이외에도 B2C용 원두와 B2B용 원두도 로스팅해 일 최대 300㎏의 로스팅 원두를 생산할 수 있다.
커피를 통해 다른 분야의 브랜드와의 시너지를 낸다는 김 대표의 목표에 따라 최근 문을 연 서울 논현점은 원목 가구 전문점 고트레와 손잡고 가구 매장 내에서 커피를 판매한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가구를 만져보고 구매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그는 “무차별적으로 매장을 출점하기 보다는 매장 하나를 내더라도 개성 있고 차별화해 오래 가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와 협업해 시너지를 이끌어내는 한편 유통 채널을 확장해 경쟁력을 확보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