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라이프앤]패션을 아는 신사, 한땀한땀 맞춤 수트를 입다

■고급 맞춤정장의 세계

옵션따라 수백만원~1억 달하지만 1년에 서너벌 맞추는 마니아층 탄탄

상위 1% 위한 '조르지오 아르마니' 장인 수작업으로 자연스럽고 편안

할리우드 스타들도 즐겨 입고 국내 고객도 연 30~40명 달해

조르지오 아르마니 맞춤 수트 이미지. /사진제공=조르지오 아르마니조르지오 아르마니 맞춤 수트 이미지. /사진제공=조르지오 아르마니




조르지오 아르마니 맞춤 수트 이미지. /사진제공=조르지오 아르마니조르지오 아르마니 맞춤 수트 이미지. /사진제공=조르지오 아르마니


규격화된 기성복이 패션산업의 주류로 자리 잡은지는 이미 오래다. 일정한 사이즈와 같은 소재, 동일한 색상으로 대량 생산하는 기성복의 등장으로 패션업계는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이며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 편에서는 여전히 공장에서 나온 제품에 몸을 맞추기보다는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라도 자신의 몸에 딱 맞는 옷을 입기 원하는 눈높은 고객들의 수요가 존재한다. 이 같은 고객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 위해 패션업계에서는 다시 맞춤복에 눈을 돌리는 곳들이 생겨나고 있다. 해외 브랜드의 경우 키톤과 에르메네질도 제냐, 브리오니,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국내에서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란스미어가 맞춤 수트를 선보이는 대표적인 곳이다. 최근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개성있는 ‘테일러숍’도 패션에 관심있는 ‘그루밍족’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유명 브랜드의 맞춤 수트는 기본 가격만 200만~500만원에서 시작하며 옷감의 종류와 옵션에 따라 억대 가격을 넘기도 한다. 제작 기간이 한두 달 걸리지만 1년에 서너 벌은 꾸준히 맞추는 고객이 있을 정도로 마니아층이 탄탄하다. 이 가운데서도 상위 1%를 위한 맞춤 수트를 제작하는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2006년부터 개인을 위한 맞춤 수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당시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현대 과학기술은 생산의 전 영역에서 기존 방법을 새롭게 대체시켰지만, 패션에서는 아직도 조상들이 옷을 제작하던 그 기술이 현대과학 기술보다도 여전히 우월하다”고 맞춤 수트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특히 “지금까지는 거대 패션기업들과 세계화 그리고 입는 사람을 잘 배려하지 않는 디자인이 주를 이뤘다. 아름다운 옷을 창조하겠다는 열정을 마음속에 지니고 패션 디자인이 본질적으로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일갈했다. 이 같은 선언에 걸맞게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맞춤 수트는 실루엣이 살아있고 착용감이 편안하다는 점이 대체적인 평가다. 무게가 일반적인 수트의 절반밖에 되지 않아 입자마자 옷이 무척 가볍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르마니 수트 대부분이 손바느질이 필요한 ‘비접착 심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수트의 어깨 패드 또한 무리하게 두껍지 않고 자연스러움을 강조한다. 고객은 소재와 안감, 버튼 스타일, 실루엣 등 옵션 대부분을 눈으로 직접 보고 결정할 수 있다. 라펠 유형과 주머니 위치, 싱글 또는 더블 브레스트, 바지의 주름 등의 장식 또한 선택할 수 있으며 양복 내부에 나만을 위한 개인 라벨도 제작할 수 있다. 맞춤 수트 비용은 약 500만원부터 시작하며 모든 소재를 최고급으로 선택할 경우 1억원 까지도 나올 수 있다.

영화 ‘미션임파서블: 고스트프로토콜’에서 주인공 에단 헌트 역의 톰 크루즈가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맞춤 수트를 입고 행사에 참석한 모습. /사진제공=조르지오 아르마니영화 ‘미션임파서블: 고스트프로토콜’에서 주인공 에단 헌트 역의 톰 크루즈가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맞춤 수트를 입고 행사에 참석한 모습. /사진제공=조르지오 아르마니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브루스 웨인 역할을 맡은 크리스챤 베일이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맞춤 수트를 입고 걸어가고 있다. /사진제공=조르지오 아르마니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브루스 웨인 역할을 맡은 크리스챤 베일이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맞춤 수트를 입고 걸어가고 있다. /사진제공=조르지오 아르마니


맞춤 수트 제작은 총 11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예약을 하면 테일러와 상담을 진행한 뒤 대략의 신체 사이즈를 측정한다. 샘플을 착용하며 스타일을 선택하고 샘플 피팅을 통해 정확한 사이즈를 조정한다. 피팅에 걸리는 시간만 1~2시간에 달한다. 이후 원단을 선택하고 안감 및 단추와 부속품까지 선택한다. 이 외에 트임이나 카라 형태, 스티치, 단추 등의 디테일까지 선택할 수 있다. 수트에 들어갈 이니셜 스타일도 정하고 나면 이탈리아에서 제작이 시작된다. 2차 피팅을 거쳐 세부적인 불편 사항을 바로잡고 나면 최종적으로 맞춤 수트가 완성된다. 1차 피팅 후 완성까지 장인의 손에 의해 제작되며, 완성되기까지 셔츠는 5~6주, 수트는 6~7주 소요된다. 한 번 수트를 맞추면 고객의 패턴이 보관되기 때문에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맞춤 수트를 주문할 수 있다.


이미 헐리우드의 쟁쟁한 영화배우들은 물론 정재계의 고위 인사들이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맞춤 수트 고객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2014년 개봉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 주인공 조던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의상을 제작했고, 배트맨 시리즈 다크 나이트와 그 후속편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주인공 브루스 웨인(크리스찬 베일)을 위해 맞춤 수트를 만들었다.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의 주인공 이단 헌트(톰 크루즈)가 영화 속 주요 장면에서 입고 나온 미드나잇 블루톤의 턱시도 또한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맞춤 수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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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신세계 인터내셔널과 공식 수입원 계약을 맺고 국내에서도 맞춤 수트 서비스를 선보여왔다. 연간 30~40명의 고객들이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맞춤 수트를 입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 고객이 연간 3~4벌 이상을 맞추기 때문에 실제 제작 건수는 100건 안팎이다. 한국 고객들은 조르지오 아르마니 이탈리아 본사에서도 기대치가 높고 까다로운 고객으로 정평이 나 있다. 최지혜 신세계 인터내셔널 조르지오 아르마니 담당은 “아르마니 맞춤 수트는 비접착 심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모든 제품은 수작업 바느질로 제작된다. 이는 접착 심지를 사용해 제작하는 타 브랜드의 수트에 비해 좀 더 부드러운 느낌과 자연스러운 재봉 디테일 효과를 주는데, 한국 고객들은 모든 재봉선과 세부 디테일, 피팅이 완벽하게 딱 떨어지는 것을 선호한다”며 “그만큼 요구사항도 많고 컴플레인도 높아서 이탈리아 본사에서도 더욱 신경을 쓴다”고 전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2016 봄·여름 시즌 컬렉션을 입은 모델들. /사진제공=조르지오 아르마니조르지오 아르마니의 2016 봄·여름 시즌 컬렉션을 입은 모델들. /사진제공=조르지오 아르마니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맞춤 수트는 클래식하고 자연스러워 오래도록 입을 수 있는 점이 특징이지만 고객의 요구에 따라 현재의 트렌드를 반영하기도 한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측은 “최근에는 예전보다는 조금 더 슬림해진 라인이 유행이며 투버튼 재킷과 조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한편 올해 10월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조르지오 아르마니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1년에 두 번 이탈리아 수석 테일러가 한국에 방문해 제적 과정 전체를 총괄하는 ‘수미주라 프로모션’이 진행되는 것. 수미주라는 이탈리아어로 ‘당신의 사이즈에 맞춘다’라는 뜻이다. 이 기간 맞춤 수트를 경험하고 싶은 고객은 조르지오 아르마니 청담점에 문의하면 된다.

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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