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못믿을 ISA 수익률... HMC·하나·IBK 올리고 미래에셋대우·대신證은 낮추고

3개 MP중 1개꼴 엉터리 공시

뻥튀기 논란 IBK기업銀

금감원, 법률 제재 검토

산정기준·지침 적용 오류

증권사·금투협 '네탓' 공방도

국민 자산증식 수단으로 지난 3월 출시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수익률이 개별 금융사의 기준에 따라 제멋대로 공시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수익률을 잘못 공시하는 사태가 재발하면 엄중한 조처를 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9일 금융사 19곳(은행 4곳·증권사 15곳)이 ISA 비교공시 시스템에 공시한 150개 일임형 모델포트폴리오(MP)의 수익률을 전수 조사한 결과 증권사 6곳과 은행 1곳 등 7개사의 47개 상품이 잘못 집계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3개 가운데 1개꼴로 엉터리로 공시한 셈이다. 대신증권(003540)·미래에셋대우(006800)·삼성증권(016360)·하나금융투자·현대증권(003450)·HMC투자증권(001500)·IBK기업은행(024110)(가나다순)의 MP가 이에 해당한다.






금융위는 지난달 IBK기업은행이 MP 수익률을 산정 기준보다 높게 공시한 사실을 인지한 뒤 일임형 ISA 상품을 판매하는 전체 금융사에 대한 점검을 벌였다.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ISA는 한 계좌에 예적금·펀드·파생결합증권을 넣어 일정 기간 관리하면 절세 혜택을 주는 금융상품이다. 투자 비중과 전략을 표준화한 MP는 금융사가 운용을 전담하는 일임형 상품으로 수익률을 주기적으로 공시하게 돼 있다. 투자자가 직접 자산을 굴리는 신탁형은 수익률 공시 대상이 아니다.


집계 오류가 밝혀진 47개 MP 중 25개의 수익률이 실제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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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중 가장 많은 10개 MP의 수익률 공시 오류를 낸 HMC투자증권은 평균 0.2%포인트가 부풀려졌다. HMC투자증권 관계자는 “ISA 수익률 기준일을 자산 매입 후 결제를 완료한 시점이 아니라 출시일로 산정한 탓에 발생한 오류”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투자는 4개 MP의 평균 수익률을 0.5%포인트 웃돌게 공시했고 삼성증권의 4개 MP의 수익률 역시 평균 0.12%포인트 높게 산정됐다. 반면 미래에셋대우와 대신증권은 일부 MP 수익률을 기준보다 낮게 공시했다. 수익률이 낮게 공시된 MP는 총 22개로 집계됐다.

금감원은 개별 금융사의 수익률 공시 오류가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전국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 등이 마련한 산정 기준을 잘못 적용한 데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다만 수익률 뻥튀기 논란을 촉발한 IBK기업은행에 대해서는 6개 증권사와 달리 별도 조치 여부에 대해 법률적 검토에 착수해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ISA 수익률 공시 오류와 관련해 금융당국·관계기관과 금융사가 서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남 탓을 한 것도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익률을 잘못 공시한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나 협회 쪽에서 수익률 공시에 앞서 명확한 지침을 내려주지 않아 공시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투자협회의 한 관계자는 “금융사에 수익률 산정 방식을 지침으로 통보했고 시뮬레이션까지 해줬다”면서 “실무진이 세밀하게 내용을 살펴보지 않은 탓”이라고 반박했다.

금감원은 이날 ISA 수익률 오류 공시를 낸 7개사 임원과 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 임원을 소집해 경고장을 날렸다. 민병현 금감원 부원장보는 “국민적 관심이 높은 ISA 상품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를 훼손했다는 점을 엄중하게 인식해야 한다”며 “앞으로 재발 방지 조치의 이행 상황을 다시 점검하는 등 더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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