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내년 예산안 400조 확정] '성장-나랏빚' 사이 돈풀기 주저...'재정확대' 세계흐름과 거꾸로

저성장에 국내외 불확실성 커 재정 역할 절실한데

나랏빚 등 부담에 세수 증가에도 재정 늘리기 한계

올 사실상 긴축 이어 내년 예산도 '소극적 확장' 그쳐

야 "아랫돌 빼 윗돌 괴기 예산"…법인세 연계 시사

유일호(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2017년 예산안 및 2016~202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송은석기자유일호(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2017년 예산안 및 2016~202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정부가 경제성장과 재정 건전성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늘어나는 세수 실탄(내년 9조원 이상)에도 불구하고 국가채무 증가에 대한 부담으로 경기를 살리기 위한 과감한 재정정책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4년 하반기 ‘41조원+α’의 재정과 2015년 예산에서 보여준 공격적인 확대 재정정책은 올해 들어 사실상 긴축으로 돌아섰고 내년도 예산안도 예년만 못한 소극적 확장에 그쳤다.

내년 예산안 총지출 증가율은 3.7%로 현 정부 최저인 올해 3.0%(본예산 기준)에 이어 2년 연속 3%대 증가에 머무른다.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은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중장기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예산을 확장적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흐름과 거꾸로 가는 정부 재정정책=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재정운용 원칙이 현재 경기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부진한 만큼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는 일관되게 한국의 재정 확대 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재정의 역할에 부정적이던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한국의 경기 하방 위험이 존재하니 재정을 풀라’고 입장을 바꿨다.

더구나 1,3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에 대한 부담과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통화정책을 펴는 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경기 진작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이 필요할 때 정부가 재정 건전성이라는 원칙론만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경제성장과 재정 건전성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다가 자칫 둘 다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정부가 정작 필요할 때 결단을 하지 못하면서 재정정책은 매년 땜질식 정책이 반복되고 있다. 현 정부가 들어선 2013년 이후 4년 동안 세 번이나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됐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구조조정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미국의 금리 인상 등 예상 가능한 경기 하방 압력에 대한 대응책이 미진하다”며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추경을 편성했기 때문에 내년에도 추경을 하지 않으려면 좀 더 확장적으로 재정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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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무색무취,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예산” 지적=정부의 내년도 예산 편성안에 대한 야당과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도 부정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내년 예산안이 △박근혜 정부의 재정 운용의 실패와 한계를 보여준 예산 △무색무취한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예산안 △민생현안 해결을 외면한 예산안이라며 예산심사 과정에서 진통을 예고했다.

더민주는 특히 예산심사 과정에서 법인세 인상 등 증세 방안을 연계시킬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더민주는 “부자 감세와 세입 확충 없는 박근혜 정부의 재정 운용 결과 나라 곳간은 텅 비게 되고 부족한 재원은 나랏빚으로 다시 갚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세입 확충(증세) 없이는 재정 운용과 재정 건전성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는 만큼 예산안 심사를 통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부족한 재원에 재정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예산 편성을 하다 보니 경기 진작을 위해 예산이 가야 할 곳들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계속 줄고 있어 우려된다”며 “선심성 예산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이들 분야의 투자를 늘려야 일자리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견 재정학자는 “정부가 구조가 아닌 숫자에 너무 집착하다 보니 오히려 긴축재정을 펴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경기 진작과 사회 효율적 관점에서는 일시적 적자 증가를 용인하는 것이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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