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이현비, 재미의 시대] 테트리스는 왜 재미있을까

이현비(이창후) 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





1.20세기에 가장 히트친 게임 중 하나이면서 21세기에도 여전히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2.옛 소련의 프로그래머 <파지노프>가 1984년에 만들었다.

3.기네스북에 “(여러 장치에) 가장 많이 이식된 게임”과 “공식, 비공식적으로 가장 많은 아류작이 나온 게임”으로 등재되었다.

4.미국 사람들이 이 게임에 정신 팔려 일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중독성이 강해서 옛 소련이 만들어낸 가장 성공적인 미국 공격용 무기라는 말도 있었다.

게임 〈테트리스〉에 대한 설명이다. 우리나라에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할 때, 거기에도 몇몇 게임들이 있었는데 당시 〈테트리스〉는 매우 간단하고도 강력한 재미로 거의 모든 사람의 손에서 플레이되었다.


알렉세이 파지노프는 인공지능이나 음성인식 같은 것을 연구하는 옛 소련 정부 기관의 연구원이었다. 그는 ‘펜트미노스’라는 퍼즐 게임에서 영감을 받아 〈테트리스〉를 개발했다. 펜토미노스는 정해진 상자의 크기에 맞춰 여러 개의 조각들을 맞추는 간단한 놀이다. ‘테트리스’라는 이름은 ‘4’를 뜻하는 그리스어 ‘테트라’에 파지노프가 즐겨 하던 ‘테니스’의 끝 음절을 합쳐 만든 것이다. 〈테트리스〉는 4개의 벽돌이 여러 가지 모양으로 결합된 블록을 끼워 맞추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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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을 할 때 우리는 재미를 어떻게 느끼는가? 현비 구조로 설명해 보겠다.

〈테트리스〉의 규칙은 단순하다. 4개의 정사각형 벽돌이 결합된 블록을 쌓는데, 그 벽돌이 한 줄을 꽉 채우면 그 줄은 사라진다. 정사각형 벽돌 4개로 된 블록은 일곱 가지 모양으로 무작위로 계속 바뀌면서 떨어진다. 꽉 채우지 못한 벽돌들이 맨 위까지 쌓이면 게임이 실패한다. 이 간단한 게임을 사용자들은 흥미롭게 느낄 수 있다. 게임의 재미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막상 해보면 잘 안 된다. 그렇게 조금은 어려워야 긴장감이 생긴다. 가끔 매우 느리고 쉽게 설정된 〈테트리스〉를 하다 보면, 재미있기는커녕 지루하다. 예를 들어 게임 자체가 세로로 한 줄밖에 없어서 거의 플레이할 필요가 없이 쉬운 게임인 일차원 〈테트리스〉도 있는데, 이것이 재미없고 지루한 테트리스다. 여기서 잘 안 된다는 것, 어렵다는 것에서 모든 게임의 재미가 시작됨을 알 수 있다. 이것이 곧 긴장의 축적이다. 〈테트리스〉 역시 ‘흥미있는 요소를 긴장감 있게’ 구성한 것이다.

긴장이 쌓였으면 적절하게 해소되어야 한다. 몇 번 실패하고 다시 시작하면서 어렵게 느껴지던 〈테트리스〉가 조금씩 익숙해질 때쯤 한 레벨을 완료하는 것이다. 번번이 실패하던 그 레벨을 마침내 성공하는 바로 그때, 사람들은 재미를 느낀다. 긴장이 해소되는 순간에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숨은 이야기는 어디에 있는가? 긴장의 축적과 해소는 드러난 이야기를 구성하는 내용이므로 두 겹 이야기의 한 축인 숨은 이야기는 다른 데 있어야 한다. 그것은 게임의 규칙이다.

규칙이 일정하게 유지되면 그것이 공유 경험이 된다. 그리고 이 공유된 경험, 즉 규칙이 일정하게 지속되어서, 실패를 거듭하다가 마침내 성공하면 그때 큰 재미를 느낀다. 특히 여러 층의 벽돌이 쌓여 있는데, 마침내 기다리던 1자 블록이 나타나자 그것을 세로로 세워서 4줄을 없앴을 때의 재미!〈스타크래프트〉나 〈디아블로〉와 같은 복잡한 게임도 이와 같은 원리로 재미있다.

이현비(이창후) 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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