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고인돌]인간은 이성적·합리적인 존재인가

박홍순 작가의 '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br>30일 풍문여고 멀티미디어실서 열려<br>경복고·덕성여고 등 5개 고교 연합 특강



“소크라테스는 죽기 직전까지 인간은 육체보다 정신적 가치가 더 숭고하다고 제자들에게 설파했어요. 이후 근대 산업혁명과 기술발전에 힘입어 과학적·합리적 사고가 지배하면서 인간의 감성적·감각적 가치는 배제되었답니다. 정신활동은 인간만이 누리는 것이며 육체적 감각적인 활동은 짐승이나 하는 짓이라는 생각이 오랫동안 인류 지성사를 지배해 왔답니다. 그렇다면 과연 정신적·문화적 활동은 인간 고유의 영역일까요?”

지난 30일 풍문여고 멀티미디어실에서 열린 박홍순(사진) 작가는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강좌 ‘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의 두번째 시간, 인간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학생들에게 던졌다.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고전 인문학 아카데미로 올해 4년째다. 이번 강좌는 정독도서관이 지역 학교 지원을 위해 준비했다.


박 작가는 과학적 사고는 감각과 감정을 철저하게 제거한 차가운 이성의 세계로 근대 이후 지금까지 이루어진 인간의 본질에 대한 사상적 철학적 연구는 대부분 이성에 집중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언어는 정신활동의 도구인데 동물도 언어를 구사한다는 게 연구결과 밝혀졌고, 과학적 사고 역시 인간만이 누리는 활동이 아니라는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요. 결국 인간만이 이성적 사고를 하고 문화적 생활을 누린다는 규정은 이제 바뀌어야 할 시점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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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작가는 프랑스 화가 장 바스티 르뇨(Jean Baptiste Regnault)의 ‘육체적 인간, 도덕적 인간, 지적인 인간(1810)’을 함께 감상하면서 19세기 인간에 대한 서양의 가치관을 소개했다. 세 부분으로 구분되는 그림에서 인간의 육체에 대한 장면은 죄악시하고 있으며, 도덕적이고 지적인 인간을 경외하는 모습을 묘사해 놓았다. “육체적인 인간을 뒤에 놓고 어둡게 그린 것은 당시 몸을 탐하는 자를 죄악시하겠다는 암시가 담겨있어요. 왼쪽 앞에는 성직자로 보이는 사람이 가족들에게 뒷부분에그려진 육체적 인간을 손가락질하며 질책하고 있고, 오른쪽에는 망원경 등 과학기술의 발전을 그대로 담고 있어 동경하고 있어요. 마치 도덕적이고 합리적인 인간만이 본질이라고 강조하고 있지요. 하지만 이러한 인간의 본질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는 사건이 있었죠? 바로 알파고의 등장입니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인간만이 추앙받아야 한다면 계산 잘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알파고가 인간을 앞서는 꼴이되는 것이지요.” 그는 학생들에게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 것이다.

강의는 명화를 함께 감상하면서 그림이 등장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시대적 상황을 설명해 나가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박 작가는 “소크라테스 이래로 인간의 본질에 대해 고심해 온 인류가 알파고의 등장에 충격을 받으면서 과거 전통적인 인간의 본질에 대한 규정이 정면 도전을 받게 됐다”면서 “알파고의 충격으로 이제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오래된 질문은 고리타분한 게 아니라 가장 최근의 뜨거운 논쟁의 주제가 됐다”면서 학생들에게 인문학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강의에는 경복고·덕성여고· 대성고·상명여고 등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참석했다.

강의에 참석한 풍문여고 2학년 김가영 학생은 “미술 작품을 보면서 질문을 유도하는 강의가 이색적이고 좋았다”라면서 “그동안 미술에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앞으로 전시회를 찾아가서 그림 감상도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도 던져볼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는 고인돌 강좌의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장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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