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자유의 상징 '소녀상' 독일에 세우겠다"

잘로몬 獨 프라이부르크 시장

수원시 제안 수용…12월 설치

68주년 세계인권선언 기념일 맞춰

美·加·濠 이어 유럽서도 첫 건립

염태영(왼쪽) 수원시장과 디터 잘로먼 프라이브르크시장이 지난해 11월 3일 독일 프라이부르크시청에서 자매결연을 맺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수원시염태영(왼쪽) 수원시장과 디터 잘로먼 프라이브르크시장이 지난해 11월 3일 독일 프라이부르크시청에서 자매결연을 맺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수원시


“자유의 상징이자 특히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자는 의미에서 수원시장의 ‘평화의 소녀상’ 건립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이려 합니다.”

지난 7월 디터 잘로몬 독일 프라이부르크시장은 경기도 수원시에 이 같은 내용의 친서를 보냈다. 프라이부르크시는 수원시와 국제 자매 관계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난달 31일 잘로몬 시장과의 전화통화에서 평화의 소녀상 설치 장소와 건립 시기 등에 최종적으로 합의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은 제68주년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인 오는 12월10일 프라이부르크시에 설치된다. 소녀상은 미국·캐나다·호주에 설치된 적이 있지만 유럽에서는 프라이부르크시가 처음이다.

‘사죄의 모범국’ 독일의 도시답게 프라이부르크시는 일본이 일으킨 제국주의 전쟁의 피해자를 기리자는 수원시의 요청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전쟁 피해국에 대한 사죄와 반성에 인색한 일본이 지난해 말 타결한 한일 위안부 협상을 계기로 서울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압박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수원시와 프라이부르크는 지난해 11월4일 도시혁신 분야 교류 등을 위한 자매결연을 하면서 급속히 가까워졌다.

염 시장과 잘로몬 시장은 1960년생 동갑내기인데다 환경운동가 출신이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지방정부네트워크(ICLEI)라는 지방자치단체 환경 협력 국제단체의 집행위원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3월 수원시의 초청으로 방문한 잘로몬 시장에게 염 시장은 시청 맞은편 월드컵공원에 2014년 시민들의 성금으로 설치한 평화의 소녀상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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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5월에는 친서를 보내 위안부 할머니들이 겪은 인권침해와 범죄행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국제사회의 공동대처가 필요하다며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제안했고 이를 잘로몬 시장이 받아들였다.

당시 염 시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 회복, 국제사회의 평화를 염원하는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손을 내밀었고 잘로몬 시장도 “수년간 우리 프라이부르크시는 여성의 권리 증진과 양성평등을 위해 다양한 정치적 활동과 캠페인을 벌여왔다”면서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염 시장이 미국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할 때 일본 정부와 극우단체의 방해와 압박이 컸던 사례를 소개하자 잘로몬 시장은 오히려 “우리 시가 일본 정부나 우리 시 일본 자매도시로부터의 반발이나 압박을 두려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답하기도 했다.

프라이부르크시는 일본 마쓰야마시와 30년 넘게 자매도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잘로몬 시장은 또 프라이부르크시 중심부 사람의 왕래가 잦은 중앙정원을 평화의 소녀상 설치 장소로 추천했다.

평화의 소녀상은 2011년 12월14일 1,000회 수요집회 때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건너편에 세워진 것을 시작으로 국내외 20여곳에 건립됐다.

/수원=장현일기자 hichang@sedaily.com

장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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