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국내에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는 우리나라의 관광·유통·제조 등 전 분야에 많은 교훈을 남겼다. 외래 관광객이 다른 나라로 발길을 돌렸고 외래 관광객을 유치하는 인바운드 여행사들은 고객이 없어 피해가 속출했다. 지난해 6월부터 약 3개월 동안 외래 관광객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62만명, 관광 수입은 약 2조8,000억원이나 준 것만 봐도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한국관광공사·관광업계가 힘을 모았다. 주요 시장을 대상으로 한국 관광의 안전성 홍보와 정확한 정보 제공 등을 통해 방한 관광 시장을 정상화시키려 구슬땀을 흘렸다. 그 결과 최단 기간인 3개월 만에 방한 관광 시장은 회복됐고 이런 성과에 힘입어 올 들어 지난 1~7월 외래 관광객은 2014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980만명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관광산업은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 서비스 산업이다. 관광은 단순한 소비산업이 아니라 관련 내수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산업이다. 외래 관광객이 한국에서 소비한 지출 규모가 2010년 97억달러(약 10조원)에서 2014년 177억달러(약 19조원)로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발표로 국내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이것이 관광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올해 7월까지 방한 중국 관광객은 473만명으로 2014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 7월에만 91만명이 한국을 찾아 월별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사드 배치 발표(7월8일) 전후 5주간만 비교해도 중국인 관광객은 발표 전보다 15.9% 증가했다. 아직까지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지난해 메르스 사태를 겪은 탓에 관광업계는 사드로 인한 막연한 두려움에 불안하다. 경제는 심리에도 많이 영향을 받는다. 우리 스스로 경제가 나빠질 것으로 전망하면 소비나 투자 규모가 줄어 정말로 현실화돼버린다. 인바운드 관광 시장도 심리적 영향을 더욱 크게 받는다. 우리가 사드 배치를 놓고 이런저런 부정적 사안을 이슈화하면 해외에서 한국 관광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은 불안감과 우려로 한국 방문을 주저하게 된다. 잠재적 방한 수요층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돼 여행을 기피하게 되고 한국 관광 시장은 직접적 피해를 입게 된다.
우리에게는 메르스 사태 때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경험이 있다. 현재로는 그럴 가능성이 없지만 만에 하나 사드로 관광업계가 타격을 받더라도 민관이 합심하면 얼마든지 해법을 찾아내고 또 극복할 수 있다. 관광 대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드라는 확실하지도 않은 외생 변수에 골몰하기보다 여행업계 스스로 좋은 상품과 서비스 개발 등 자생적 노력을 해야 한다. 나아가 관광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우리나라 고유의 관광 콘텐츠 확충 및 지역 특색에 맞는 관광 코스 개발에 집중해 한국 관광의 매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관광 관련 업계는 외래 관광객에게 감동을 주는 상품과 친절한 서비스로 대한민국만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을 강화해나간다면 어떠한 악조건도 극복해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양무승 한국여행업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