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에버랜드의 대표 놀이시설인 ‘지구마을’이 30년 만에 문을 닫았다. 용인자연농원 시절인 지난 1985년 설치된 ‘지구마을’은 9인승 보트를 타고 수로를 돌면서 세계 18개국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해보는 시설이었다. 그만큼 아이들이 많이 좋아했다.
대표적인 아이들 놀이시설이었던 ‘지구마을’이 떠난 자리는 뮤직가든이 대체했다. 식물을 보면서 음악도 듣는 개념의 장소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20~30대 연인들이나 일반인이 좋아할 만한 시설이다. 아이들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리조트의 고민이 만든 결과였다.
‘인구절벽’에 에버랜드도 문화테마 파크로 변신한다. 어린이를 주타깃으로 해서는 줄어드는 관람객 수를 막을 수 없고 중국인 관광객으로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5일 “에버랜드는 인구절벽으로 입장객 수가 늘지 않는 게 고민”이라며 “단순히 아이들 공원에서 연령대를 높여 관람객들이 에버랜드에 와서 기념하고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장소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구마을’을 뮤직가든으로 바꾼 것 외에도 에버랜드는 삼성전자와 함께 가상현실(VR) 체험기기를 곳곳에 설치하고 QR코드를 배치해 시설을 IT화하고 있다. 연령대를 10대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복안이다. 김봉영 삼성물산 리조트사업 부문 사장도 “동물원과 놀이시설을 함께 갖고 있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이번 추석 연휴에도 민속전통체험마당을 열어 민속놀이 같은 우리 전통문화를 체험해보고 배우는 행사를 추석 연휴에 준비하고 있다. 이달에는 시낭송 행사도 열린다. ‘문화’와 ‘추억’을 담아가는 곳으로 에버랜드의 개념을 바꾸겠다는 뜻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9세 아이는 231만명이지만 2040년에는 191만명까지 줄어든다. 10~14세도 같은 기간 231만명에서 209만명으로 쪼그라든다.
올해 누적 방문객 수가 2억2,000만명, 개장 40주년을 맞은 에버랜드도 시대의 변화에 맞춰 달라지는 셈이다. 실제 또 하나의 대표 놀이시설인 서울랜드는 폐장설까지 나온다. 서울랜드는 2010년에는 10억원가량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지난해는 2억원대 수준에 그쳤다. 현재의 콘셉트로는 갈수록 남는 게 없어지는 것이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올해 판다로 재미를 봤지만 결국은 예년 수준”이라며 “성격을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