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정치적 리더십이 ‘반난민정서’라는 강력한 암초를 만나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경을 열고 난민포용 정책을 펼쳐온 메르켈 총리는 정치적 고향인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州)에서 소속 정당인 기독민주당(CPU)이 극우 신생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에 뒤지는 참담한 결과와 마주했다.
4일 가디언과 AFP통신 등 주요 외신은 이날 실시된 주의회선거에서 주정부 다수당인 사회민주당(SPD)이 30.6%를 얻어 1위를 차지했으며 AfD가 20.8%를 득표하며 2위로 도약했다고 보도했다. 기민당은 19.1%로 3위다. 이에 따라 총 71석의 의석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사민당 24석, AfD 17석, 기민당 15석, 좌파당 10석, 녹색당에 4석 등이 배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주정부 구성을 위해 기민당은 사민당과의 연정을 이어가야 하지만 사민당 소속 에르빈 젤레링 부총리는 아직 기민당과의 연정 여부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독일 현지 언론은 사민당이 좌파 당과 새로운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옛동독 지역에 자리한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는 인구가 160만명에 불과하지만 메르켈 총리의 지역구인 슈트랄준트를 포함하고 있는데다 지난 10년간 연방정부와 마찬가지로 사민당과 기민당의 대연정을 유지해온 곳이다. 이 때문에 외신들은 이번주 의회선거 결과가 메르켈 총리에게 상당한 타격을 주는 ‘상징적 신호’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오는 18일 치러질 베를린 주의회선거 결과에서도 기민당이 AfD에 밀리면 메르켈 총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3년 유로화 사용 전면반대를 내걸고 창당한 AfD는 독일 극우정당으로 5월에는 주요 정책으로 ‘이슬람은 독일의 일부가 아니다’라는 내용을 정한 뒤 반이슬람 색채를 더욱 뚜렷이 내걸었다. 유럽 각국에서 이어진 이슬람국가(IS) 추종자들의 테러와 메르켈 총리의 난민정책에 대항하며 지지세를 빠르게 확장한 AfD는 2014년 유럽의회에서 7석을 확보했으며 올해 처음 주의회선거에 참여해 지방의회 의석까지 확보했다.
이날 프라우케 페트리 AfD 공동 당대표는 선거 결과에 대해 “메르켈을 향한 강력한 한 방”이라며 자축했다. 선거에 출마한 리이프에리크 홀름 AfD 후보도 “신생 정당의 자랑스러운 결과”라며 “메르켈 총리의 임기가 끝나간다는 신호”라고 말을 보탰다. 반면 기민당 측은 실질적인 패배로 수렴한 결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페테르 타우버 기민당 사무총장은 “씁쓸하지만 새로운 경험”이라며 “유권자들이 (메르켈 총리의 난민정책에 대한) 항의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