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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휴정PD의 Cinessay] 이해하지 못해도 완벽하게 사랑할 수 있는 가족 <흐르는 강물처럼>

[조휴정PD의 Cinessay] 이해하지 못해도 완벽하게 사랑할 수 있는 가족 <흐르는 강물처럼>

‘흐르는 강물처럼’ 포스터‘흐르는 강물처럼’ 포스터


텔레비전을 켜놓은 채 소파에서 잠들고, 퇴근해서 쉬고싶은데 옆에서 계속 이것저것 물어보며 옆에만 있으려하고, 온갖 미신을 근거로 이렇게하면 잘된다, 저렇게하면 나쁘다 잔소리가 점점 많아지고…. 예전에 왜 엄마는 저럴까, 싫어했던 모습을 문득문득 나에게서 발견하곤 화들짝 놀라곤합니다. 가족이 모두 들어오지 않으면 엄마는 결코 방으로 들어가 편하게 잠들 수 없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습니다. 더 이상은 부모에게 속내를 털어놓지않는 자식에게 밥먹었니, 차 조심해라, 하나마나한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는 것도, 미신이라도 자식이 잘될수만 있다면 길거리의 돌부리에도 절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엄마에게 했던 날카로운 말과 냉정한 행동들을 고스란히 자식에게 받으며 그때 엄마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너무 죄송해서 눈가가 뜨거워집니다.

이렇게 자식은 시간을 거슬러 부모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나봅니다. <흐르는 강물처럼>(1992년작,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의 아들들도 아버지를 벗어나고 뛰어넘기 위해 애쓰지만 결국은 아버지와 닮아갑니다.


‘인간은 원래 사악한 존재’이기에 인내와 절제, 실천이 중요하다고 믿는 엄격한 목사 멕클레인(톰 스커릿)에게는 노먼(크레이그 쉐퍼)과 폴(브레드 피트)두 아들이 있습니다. 형제는 참 많이 다릅니다. 모범생에 내성적인 노먼과 매력이 넘치며 자유분방한 폴은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낚시하는 법을 배우는데 노먼은 아버지 방법 그대로, 폴은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해나갑니다. 형제는 성장하면서 더욱 가는 길이 달라집니다. 차근차근 학자의 길을 걸어가며 고향의 자랑이 되어가는 노먼과 달리 기자가 된 폴은 도박, 여자, 술을 가까이하며 가족들을 불안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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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노먼은 동생이 부럽기도합니다. 언제어디서나 사람들을 사로잡는 폴은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부모님조차 웃게만드니까요. 하지만, 극단은 늘 비극으로 막을 내리죠. 스스로 위험을 즐기던 폴은 범죄집단에 희생됩니다. ‘모든 법칙에서 벗어난 예술작품’이던 폴의 죽음은 멕클레인 목사에게 사랑의 의미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됩니다. 그의 마지막 설교는 그래서 오래 남습니다.

“우리는 상대방이 도움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오히려 때론 그들이 원하지 않는 도움을 주곤 합니다. 그러나 우린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해도 완벽하게 서로를 사랑할 수 있습니다.”

청교도적인 삶을 사는 멕클레인 집안에서 폴은 돌연변이, 이해하기 힘든 존재였을겁니다. 하지만 그를 바꾸려고하지 않았습니다. 사랑했으니까요. 존중했으니까요. 어떤 모자람이나 장애도 맨처음 만나는 인연인 부모가, 형제가 차별하지않고 당당하게 받아주면 우리는 콤플렉스 없이 뿌리깊은 나무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추석에 고향에 가고싶지 않다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는 건 지금 나에게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가족, 친척 때문일겁니다. 하지만, 어르신들도 무슨 말을 어떻게 건네야할지 잘 몰라서 상처를 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가족들과 대화하는 법을 잘 모르니까요. 이해하기 힘들었던 가족들은 생각보다 빨리 우리곁을 떠납니다. 절대로 저렇게는 살지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우리도 그렇게 늙어갑니다, 흐르는 강물처럼요. 명절에는 음식이나 용돈보다 사랑한다는 말한마디를 더 준비해야합니다.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해도 완벽하게 사랑할 수 있는 가족이 지금 곁에 있다는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KBS1라디오 <함께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연출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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