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사들일 국채 안보이는데...ECB, 양적완화 연장할까

獨 10년물 금리까지 마이너스

11월이면 매입가능 물량 동나

시장선 '연장 불가피론' 우세

금리기준 완화·매입자산 확대안

8일 통화정책회의서 논의 전망

BOJ는 새 금융완화책 시사

"외채매입 나설 것" 관측 확산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 프로그램으로 사들인 국채가 1조유로 (약 1,230조원)를 돌파한 가운데 ECB가 매입 가능한 국채 물량이 슬슬 바닥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각국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치면서 ECB의 매입기준을 충족시키는 국채 물량이 눈에 띄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유로존 경기회복을 위해 ECB의 양적완화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8일 통화정책회의 때 ECB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CB의 국채매입 규모가 지난 2일 현재 1조19억유로에 달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3월 ECB가 경기부양과 디플레이션 방어를 위해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계획했던 총 국채매입액 1조7,000억유로의 절반을 훌쩍 넘긴 금액으로 유로존 정부와 공공기관 채권의 약 7분의1에 해당한다.



1조유로어치가 넘는 국채매입에도 유로존 물가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자 시장에서는 ECB가 양적완화 프로그램 종료시점을 당초 계획했던 내년 3월 이후로 연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지난달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0.2%에 그쳐 ECB 목표치인 2%를 크게 밑돌았다.


문제는 양적완화 기간을 연장해도 ECB가 매입할 수 있는 국채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ECB는 손실방지를 위해 예금금리(현행 -0.4%)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된 채권은 매입하지 못하며 특정 국가의 국채를 발행액의 33% 이상 보유할 수 없다. 또 매입 국채 비중은 ECB에 대한 회원국의 납입자본 비중과 비례해 결정되므로 매입 국채의 25% 이상은 독일 국채로 충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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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이후 유로존 국채금리가 급락하면서 ECB의 국채매입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특히 ECB가 가장 많이 사들여야 하는 독일 국채의 경우 10년물 금리까지 마이너스로 떨어진 상태로 씨티그룹은 오는 11월이면 ECB가 매입 가능한 물량이 아예 바닥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금리 하락으로 ECB가 매입할 수 없는 독일 국채는 전체 발행물량의 3분의2에 달하며 네덜란드 국채도 절반가량은 ECB 매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아만 반살 씨티그룹 금리전략가는 “ECB가 한계에 근접했다는 데는 모두 동의한다”며 “그렇다고 국채매입 속도를 늦춘다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ECB가 양적완화 연장과 함께 국채매입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이번 회의에서는 ECB가 매입 국채의 금리 기준을 낮추거나 매입자산을 확대하는 방안 등으로 양적완화 연장에 나설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편 시장에서는 ECB와 마찬가지로 자산매입 한계론에 봉착한 일본 중앙은행(BOJ)과 관련해서도 새로운 차원의 금융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5일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한 강연에서 “양·질·금리 차원의 (완화) 확대는 아직 충분히 가능하다”며 추가 금융완화 방침을 시사하면서 “그 밖의 아이디어도 논의선상에서 제외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한 데 따른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발언 이후 시장에서는 구로다 총재가 새로운 완화책에 대한 단서를 제공했다며 BOJ가 외채 매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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