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리빌딩 파이낸스]토종銀 수익성 글로벌銀 ⅓ 그쳐...'가성비' 높은 모바일뱅크 키워야

<5·끝> 금융플랫폼이 미래다

예대마진 위주 수익구조에 ATM 관리·임금부담 커

SNS활용 마케팅 효율성, 지점 영업과 비교도 안돼

은행 이어 카드사들도 모바일 플랫폼 구축 잇따라



“국내 은행들은 고부가가치 상품이 적고 효율성이 낮아 삼성전자·현대자동차와 비교하면 총자산수익률(ROA)이 10분의1에도 못 미칩니다. 금융산업 모델을 바꿔야만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이석근 서강대 경영대 사회적기업센터장은 은행을 비롯한 국내 금융산업의 현주소를 이렇게 평가했다.


다소 이견이 있는 결과였지만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은 한국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87위로 평가했다. 그 요인 중 하나가 낮은 수익성이다. 실제로 국내 은행들의 평균 ROA는 0.4% 수준으로 글로벌 은행 평균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또 지난해 국내 시중은행의 순이익을 모두 합쳐도 3조4,000억원에 그쳐 골드만삭스(6조8,000억원)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은행들의 수익성이 낮은 것은 수익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들은 예대마진으로 대부분의 수익을 내는데 저금리 기조와 규제 등으로 개발도상국 은행은 물론 미국 은행들보다도 수익성이 낮은 상황이다. 미국은 기준금리가 0.25~0.5%로 우리나라(1.25%)보다 낮지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가량으로 국내 은행(2.5%)보다 높다. 국내 은행은 관리비 부담도 크다. 국내 은행이 보유한 현금자동입출금기(ATM)는 4만8,000대가량 되지만 수수료 수입이 낮아 연간 대당 100만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다. 또 호봉제에 근간을 둔 임금체계로 갈수록 임금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국내 은행들이 이 같은 저금리 기조와 수익성 악화의 타개책으로 선택한 것은 ‘모바일뱅킹’ 등 플랫폼 확대다. 국내 은행들로서는 ROA 회복을 위해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필수답안이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5월 모바일뱅크 ‘위비뱅크’를 출시해 중금리 시장 공략과 고객 확대에 나섰다. 위비뱅크는 신용등급 4등급 이하의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중금리대출을 실시했고 1년여 만에 모바일 신용대출 실적이 1,200억원을 넘어섰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12월 국내와 베트남에서 동시에 모바일뱅크인 ‘써니뱅크’를 출시했다. 써니뱅크는 출시 4개월 만에 베트남에서 2만여명의 회원을 유치했고 국내에서도 환전우대와 중고차 서비스 등의 혜택에 힘입어 가입자를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KB국민은행·NH농협은행·하나은행 등도 모두 모바일뱅크를 출시해 플랫폼 경쟁에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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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들이 모바일뱅크 등 플랫폼 확대에 힘을 쏟는 것은 이른바 ‘가성비’ 측면에서 지점 영업과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의 인터넷전문은행 ‘피도르(Fidor)’는 행원이 고작 40명뿐이다. 이 은행은 지점망이 없는 대신 페이스북·트위터 등 온라인채널을 활용해 고객 마케팅을 하며 이용고객은 30만명에 달한다. 직원 1명당 고객 7,500명을 관리하는 셈이다. 대규모 지점망을 보유한 국내 은행과 비교하면 차이는 현저하다. 최근 국내 은행권 최초로 개인고객 3,000만명을 돌파한 KB국민은행의 임직원은 약 2만명이다. 직원 1명당 관리고객이 1,500명가량 된다. 피도르의 5분의1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들도 이같이 저비용 고효율의 새로운 금융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모바일뱅킹 플랫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은행에 이어 국내 카드사들도 모바일 메가플랫폼 구축이 한창이다. 네이버페이·삼성페이 등 기존 카드사들이 해온 지급결제 시장에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뛰어들면서 ‘디지털’을 생존의 필수전략으로 삼게 된 것이다. 신한카드는 지난 4월 자사 모바일 플랫폼 ‘판(FAN)페이’를 공식 출범했다. 판페이는 지급결제뿐 아니라 쇼핑·여행·건강 등 각종 소비영역을 누릴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이다. 대리운전이 필요하면 대리운전 업체에 전화를 하는 대신 판페이 앱에 접속해 대리운전 서비스를 클릭한 뒤 간편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삼성카드 역시 모바일 플랫폼 ‘생활앱’을 구축해 음식 주문배달, 차량예약 등 각종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 밖에 KB국민카드·롯데카드 등도 온라인투오프라인(O2O) 기업들과 제휴해 모바일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다.

카드사들의 모바일 플랫폼은 은행과 다소 다른 형태다. 은행들은 계좌를 중심으로 예금·대출·방카슈랑스·지급결제·외환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지원하는 형태로 플랫폼을 발전시키고 있다. 카드사 메가플랫폼은 회원 중심이다. 회원을 중심으로 금융 서비스뿐 아니라 게임·쇼핑·메신저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한 플랫폼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은행과 카드사들이 앞다퉈 구축하는 ‘모바일뱅킹’과 ‘모바일 플랫폼’은 앞으로 금융생태계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비대면 거래가 보편화돼 모바일 계좌로 고객이 다수 이동하며 은행 영업점 축소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주요 5개 은행 영업점은 2012년 7,835개에서 지난해 7,278개로 대폭 줄었다. 김용태 금융감독원 은행제도팀장은 “국내 은행 영업점은 앞으로 자산관리(WM) 등의 역할이 중요해져 돈이 아니라 고객과의 관계를 다루는 곳이 되리라고 본다”며 “고령자 고객 등의 이용불편으로 영업점은 계속 존재하겠지만 채널은 모바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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