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강남의 코엑스 3층에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세계기록유산 등재 기록물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훈민정음 해례본과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고려대장경판, 5·18 광주민주화운동, 새마을운동 기록물 등 13건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등 우리나라 기록 문화의 진수가 전 세계에서 모여든 기록관리 전문가들의 눈길을 붙잡았다.
이날 전시회는 4년마다 개최돼 ‘기록관리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2016 세계기록총회’ 개막을 기념해 열렸다.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과 세계기록관리협의회(ICA) 공동주최로 ‘기록, 조화와 우애’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총회는 100여개국 기록전문가 2,000여명이 참석해 역대 가장 큰 규모로 치러진다. 오는 10일까지 국제거버넌스 회의와 학술회의에서 256편의 학술논문이 발표되고 부대행사로 산업전시회·기록전시회·체험전 등도 함께 열린다.
이날 오후2시에 열린 개막식에서 데이비드 프리커 세계기술관리협의회(ICA) 의장은 환영사에서 “현대 사회에 가장 중요한 이슈인 정보의 중심에 기록이 있다”며 “이번 총회에 준비된 최상의 발표들을 통해 세계 기록인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험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외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한국이 가진 세계적인 정보통신기술(ICT) 기술력을 바탕으로 정부의 기록들을 디지털 형태로 안전하게 생산·보존·관리하는 디지털시대의 기록관리 모델을 선도적으로 제시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프랭크 라뤼 유네스코 사무총장보는 축사에서 “요즘 세계는 과거의 기록을 보존 관리하고 이를 디지털로 변화시켜야 하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며 “특히 사회적 약자 등과 관련한 기록의 활성화를 통해 인권을 향상해야 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기념사에서 “한국 정부는 기록관리 경험을 기반으로 기록 분야의 국가 간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총회에서는 디지털 기록관리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네이버와 삼성·구글의 사례가 소개된다. 네이버는 1920년대부터 1999년까지의 신문 70만쪽 기사 1,400만건을 디지털화한 노력과 디지털 기록을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보관하기 위해 구축한 데이터센터 ‘각’을 소개한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20만명이 넘는 임직원이 활용하는 집단지성 플랫폼인 ‘모자이크(MOSAIC)’를 소개하고, 로랑 가보 구글 문화연구원(CI) 소장은 70여개국의 박물관과 기록관 등 1,000여개를 온라인으로 공유한 사례를 발표한다.
이상진 국가기록원장은 “우리나라는 세계기록유산 등재 건수로 세계 4위를 자랑하는 기록문화의 강국”이라며 “9일 오후 열리는 폐막식에는 디지털시대의 기록관리의 취약성을 인식하고 세계가 공동대응해 나가자는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인 서울선언이 처음으로 채택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