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비위 법관 공무원연금 깎는다

비리액수 5배까지 과징금부과.

구멍 숭숭 감사기능도 확대 개편키로

법원이 비위 법관의 공무원 연금을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금품과 관련한 비위로 징계를 받으면 최대 5배까지 징계부가금을 부과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늘린 법관은 연임시키지 않기로 했다. 이와 함께 대법원 법원행정처 산하 윤리감사관실을 확대 개편한다.


양승태 대법원장과 전국 각급 법원장들은 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 회의에서 법관 비위를 해결하기 위해 이 같은 대책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의는 양 대법원장이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로부터 1억7,000만원을 받아 구속된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후 7시간여에 걸쳐 진행됐다.

법원장들은 이날 회의에서 △법관의 비위를 자체적으로 밝혀내는 기능을 강화하고 △비위 법관에게 주는 불이익을 늘리는 쪽으로 대책의 가닥을 잡았다.


법원장들은 우선 법관이 금품이나 향응 수수 등을 이유로 정직 6개월 이상의 징계 처분을 받으면 연금을 감액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법관징계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징계가 청구된 법관은 우선 재판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대책으로 내놓았다. 다만 이 두 방안은 징계처분에 따르지 않고는 불리한 처분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 헌법 조항을 위반할 소지가 있어 실제 시행 가능성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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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장들은 특히 상시적으로 비위를 막을 수 있도록 윤리감사관실을 확대 개편해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입법을 통해 비위 관련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권한도 확보할 방침이다. 이는 김 부장판사 사건이 불거진 이후 양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할 때까지 법원이 제대로 된 자체 감사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안팎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윤리감사관실은 앞서 김 부장판사의 비위 의혹이 처음 불거져 나올 당시 자체 조사에 나섰지만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융거래 자료를 제출하라’는 대법원의 소명 요구에 김 부장판사가 “돈을 받은 적이 없기에 입출금 내역을 낼 필요가 없다”며 거부했기 때문이다. 현재 윤리감사관실은 강제조사권한이 없다. 결국 대법원은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제 식구인 김 부장판사의 비위 의혹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역대 세 번째로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게 됐다. 지난해 최민호 전 판사가 명동 사채왕으로부터 억대 금품을 받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최 전 판사가 법원에 낸 해명자료에는 결점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행정처 윤리감사관실에는 부장판사인 윤리감사관과 함께 3명의 심의관이 있다.

학계에서도 법원이 외부 참여 등을 통해 내부 비위를 걸러낼 수 있는 기능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은 모든 사건을 최종적으로 판단한다는 임무의 특성상 가장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고 동시에 그에 따라 외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다만 내부 감찰에서는 외부 참여를 활성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대법원은 전국 판사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이 같은 방안을 확정해 시행할 예정이다.

이번 대책 회의에 앞서 발표한 대국민 사과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은 10장 남짓한 발표문 가운데 14차례에 걸쳐 법관의 ‘청렴’을 강조했다. ‘신뢰’라는 표현도 7차례 등장했다. 양 대법원장의 이번 대국민 사과는 결국 법관 개개인의 청렴 문제가 사법부 전체의 신뢰에 대한 위기로 이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양 대법원장은 이번 대국민 사과문을 직접 작성했다. 다만 앞서 1995년과 2006년 각각 이뤄진 사법부의 대국민 사과에서도 당시 대법원장들은 청렴과 사법 신뢰에 대한 반성을 강조했다. 당시 법원장들의 대책 논의도 마찬가지로 병행됐지만 결국 10년 만에 또다시 법관 비위와 대국민 사과가 반복됐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후속 대책을 실효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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