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단독] 이 와중에...현대상선 '2M' 가입 법적 논란

구속력 낮은 MOU 체결...최악 땐 글로벌 항로 국적선사 모두 잃을판

한진해운(117930)이 법정관리로 넘어가면서 국내 해운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현대상선(011200)이 세계 최대 해운동맹(얼라이언스) 2M과 맺은 계약의 법적 효력에 대한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향후 계약 이행과 관련한 잡음이 생겨 현대상선이 2M에 매끄럽게 승선하지 못하고 한진해운이 동맹(디얼라이언스)에서 탈락할 경우 우리나라는 글로벌 항로를 운항하는 국적선사가 하나도 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

7일 정부와 법조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지난 7월 머스크·MSC와 맺은 해운동맹 2M 가입 계약은 다른 해운사와 해운동맹 결성 때 체결하는 일반적인 계약보다 법적 구속력이 낮은 양해각서(MOU)로 확인됐다. 당시 현대상선이 자율협약에 들어갈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태였던 것이 MOU 체결의 이유로 꼽힌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당시 상황이 워낙 급박해 머스크와 MSC가 제시한 MOU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은 6월 채권단이 채무상환을 3개월 유예하며 요구한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 등 세 가지 조건 중 해운동맹 가입을 마무리하지 못해 법정관리 위기에 몰렸었다. 이때 2M의 도움으로 해운동맹에 승선해 조건부 자율협약의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 7월 자율협약에 돌입했다.

하지만 현대상선이 맺은 계약이 2M을 주도하는 머스크에서 최근 해운동맹을 결성할 때 체결한 것에 비해 법적 구속력이 약해 논란이 예상된다. 머스크는 2013년 6월 스위스 MSC와 2위 프랑스 CMA-CGM과 해운동맹 P3를 결성해 당시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지사는 싱가포르에 두는 독립법인(JVOC·Joint Vessel Operating Center)을 설립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이듬해 CMA-CGM을 뺀 2M을 결성할 때도 두 회사는 10년 동안 선박을 공유한다는 계약(VSA·10-year vessel sharing agreement)을 맺었다. 한진해운이 소속된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의 각 해운사도 MOU보다 효력이 높은 사전계약(HOA)을 체결한 상태다.


MOU 내용 중 법적 구속력 있는 조항 있는지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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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은 현재 2M과 확실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상선 고위관계자는 “10~12월을 목표로 2M과 본계약 체결을 위해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본계약 체결시기다. 현재 전 세계 해운동맹은 4개로 △G6(현대상선 등)와 △CKYHE(한진해운 등) △2M(머스크·MSC) △오션3(CMA-CGM·코스코)이다. 이 해운동맹들은 내년 4월 3개(2M·디얼라이언스·오션얼라이언스)로 재편된다. 해운동맹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이달 말까지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와 중국 상무부에 운영약정서(OA)를 제출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당장 현대상선의 법적 지위가 애매한 상황이다. 2M의 머스크와 MSC는 법적 계약을 체결했고 이 두 회사와 현대상선은 MOU로 묶여 있다. 세 회사의 법적 지위가 달라 해운동맹 결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광후 법무법인 세창 변호사(전 해양안전심판위원)는 “영미법에서 MOU가 법적 구속력을 가지려면 ‘어그리먼트’나 ‘바인딩’ 같은 단어가 들어간 합의 조항이 있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구속력 있는 단어가 들어간 조항만 법적 효력이 인정돼 향후 세부 내용에서 논란이 생길 여지는 있다”고 설명했다. 김창준 법무법인 세경 대표 변호사(한국해법학회 고문)도 “MOU가 실무적으로 법적 구속력을 가지려면 세 회사 간 합의 내용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2M+현대상선’ 해운동맹 결성을 반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상무부는 2014년 ‘반독점법’을 근거로 머스크와 MSC, CMA-CGM이 맺은 P3 동맹의 허가를 거부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머스크와 MSC는 CMA-CGM을 뺀 2M을 결성했다. 현대상선(60척) 합류로 2M의 선박 수는 1,176척에 달해 자국 초대형 해운사 코스코가 속한 오션얼라이언스(1,108척)보다 많아진다. 만약 중국 측이 현대상선의 MOU 등을 문제 삼아 운항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면 2M은 과거 P3 사례처럼 동맹 내 세 번째 위치인 현대상선을 뺄 수도 있다. 업계 전문가는 “2M 승선이 어려워질 상황에 대비해 ‘플랜B’를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세종=구경우기자 김보리기자 bluesquare@sedaily.com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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