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라오스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7일(이하 현지시간) 현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북한의 도발에 한미일이 강력 공조해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지난해 말 이뤄진 위안부 합의를 바탕으로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나가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의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아베 총리를 만나 33분간 북한 문제 등 한반도 이슈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두 정상의 양자회담은 이번이 세 번째로 마지막 만남은 올해 3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현장이었다.
박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는 한일 모두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데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은 물론 북한 비핵화 달성을 위해 더 긴밀히 협력해나가자”고 말했다. 또한 “북한이 핵과 미사일에 집착할수록 고립이 심화되고 자멸을 재촉할 뿐이라는 것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아베 총리는 “엊그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형언할 수 없는 폭거”라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포함해 (국제사회에) 한일이 협력해서 대응하자”고 말했다.
북한은 중국 항저우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5일에도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일본의 방공식별구역(JADIZ)에 떨어뜨린 바 있다. 일본은 이 문제를 대단히 심각하게 여기고 있으며 북한의 도발을 멈추게 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지난해 말 위안부 합의 이후 한일관계가 개선되면서 다양한 과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토대를 넓혀가고 있어 뜻깊다”고 아베 총리에게 말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화해·치유재단’ 사업을 통해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가 하루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력해나가자”면서 “미래 세대인 청소년 교류를 지원하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협력 방안도 모색해나가자”고 말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위안부 합의 이후 한일관계가 전향적으로 진행돼 기쁘다. 박 대통령과 미래지향적 협력을 발전시켜 ‘한일 신시대’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소녀상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다만 지난해 12월 28일 위안부 합의를 성실히 이행해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한일 정상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할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외신 등 보도대로 오는 11월 말께 한중일 정상회의가 일본 도쿄에서 열릴 경우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하게 된다.
이날 아베 총리와의 만남으로 박 대통령은 북핵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등 한반도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미·중·러·일 4대 강국과의 정상회담을 모두 마무리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한·아세안 정상회의와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 잇따라 참석해 역내 국내총생산(GDP) 2조5,000억달러, 인구 6억3,000만명의 거대 경제권으로 지난해 말 출범한 아세안경제공동체(AEC)와의 경제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앞으로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자유화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에 박차를 가해 교역과 투자 기반을 더욱 튼튼히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엔티안=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