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와 폭스바겐 등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 업체들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시장 선점을 위해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폭스바겐은 중국 장화이자동차(JAC)와 전기차 합작법인을 세워 오는 2020년까지 30여개의 전기차를 중국 시장에 내놓기로 했고 메르세데스벤츠도 중국에서 전기로만 가는 순수전기차를 판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국 정부가 높은 관심을 둔 1순위 신성장산업 분야인데다 대기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당국의 정책지원까지 더해지면서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보여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도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신경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장화이자동차는 전날 폭스바겐과 전기차 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의를 체결했다. 중국 자동차 기업이 외국 기업과 전기차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화이자동차는 10위권 내 중국 메이저 자동차 회사 가운데 외국 기업과 합작하지 않은 유일한 회사였다. 폭스바겐은 이미 상하이자동차·디이치처 등과 합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은 올 초까지 외국 자동차 기업에 대해 중국 내 합작회사를 두 개만 설립할 수 있도록 제한했지만 최근 관련 규정을 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중국 당국이 폭스바겐과 장화이자동차의 합작법인 승인 가능성을 높게 보지만 세 번째 합작법인을 세우려는 폭스바겐의 계획에 당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사는 합작법인 지분 50%씩을 보유하기로 했지만 정확한 출자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장화이자동차와 폭스바겐은 앞으로 3개월간 투자 규모와 구체적인 전기차 개발 모델 등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한 후 5개월 안에 정식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합작법인이 설립되면 배출가스 조작사건으로 타격을 받은 폭스바겐과 아직 해외 자동차 메이커와 손잡지 않은 장화이자동차 모두에 ‘윈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중국 매체들을 내다봤다. 전기차에 관심을 높이고 있는 장화이는 지난 4월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는 신생 벤처회사 넥스트EV와 전략적 제휴 합의를 체결한 데 이어 7월에는 2025년까지 전가치 판매량을 전체 매출의 30%로 늘린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중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에 소극적이었던 메르세데스벤츠도 중국 전기차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 고삐를 죄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의 후베르투스 트로스카 중국 담당 이사는 전날 베이징에서 열린 투자자 콘퍼런스에 참석해 “신에너지 자동차가 중국 시장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며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의 순수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임러가 중국에서 조만간 판매할 벤츠 전기차는 25만위안(약 4,100만원) 안팎의 모델로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될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전기차 메이커인 테슬라도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상하이에 46억달러를 투자, 조만간 전기차 생산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테슬라는 6월 상하이 시정부 소유의 진차오투자그룹과 전기차 생산시설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 등에 따르면 중국의 올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은 12만2,678대로 2위인 미국(6만4,057대)의 두 배에 이른다. 중국 당국은 2020년까지 누적 전기차 판매대수를 500만대로 늘릴 계획이며 이를 위해 세제혜택을 포함해 전기차 가격의 최대 50%가량 되는 지원금을 주고 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