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카드사·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 관행에 칼을 빼들었지만 정작 가계부채 급증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카드론 등 2금융권의 금리가 하락할 경우 신용대출이 급격히 늘어날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제2금융권의 대출금리 인하를 두고 예상치 못한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8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4·4분기 중 카드사의 대출금리 산정 체계 점검을 마칠 계획이다. 금감원은 지난 5월 카드론 등 대출금리의 산정 방식이 적절한지와 조달원가·조정금리 등이 적절하게 반영됐는지를 살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카드사들이 영업 마진을 적정하게 계상하지 않을 경우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금감원이 밝힌 만큼 카드론 금리는 이전보다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이와 더불어 저축은행에 대해서도 신용도와 무관하게 획일적인 고금리 대출을 시행하고 있다며 지난달 13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테마 검사에 돌입했다. 일부 저축은행이 연 27.9%의 법정최고금리를 개인신용등급에 관계없이 무차별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금감원은 앞으로 저축은행이 신용평가시스템(CSS)에 맞춰 금리를 재산정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며 이 결과 저축은행의 대출금리도 상당수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의 제2금융권 대출금리 검사는 고금리 일변도의 영업 관행에 철퇴를 가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계부채 관리에는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자칫 2금융권의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증가에 기름을 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가계부채 잔액은 1,257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올 2·4분기에만 33조6,000억원이 증가한 것이다. 금융 당국이 총력을 기울여 가계부채를 관리하고 있다지만 저금리 기조와 풍선효과 등으로 가계 부채 증가세가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 올 초 은행권에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서 올 상반기 풍선효과가 상당히 나타나고 있다. 올 2·4분기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의 가계대출은 10조4,000억원을 기록해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저축은행 79곳의 대출금 역시 상반기 기준 39조4,900억원으로 지난해 말(35조5,800억원)보다 22.7% 증가했다. 7개 카드사의 카드론 취급액도 지난해 상반기(15조7,800억원)보다 10.1% 증가한 17조3,700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금감원의 2금융권 대출금리 합리화 방안은 2금융권의 대출 수요를 더욱 확대할 수 있어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이다. 한 2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과 2금융권은 이용자의 신용등급이 다르다는 지적을 하는데 실제 금리가 하락하면 고신용자도 상당수 2금융권 대출로 옮겨간다”며 “금융 당국의 대출금리 인하책이 가계부채 증가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