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발표된 9·1 부동산대책 이후 정부의 정책 방향은 공급을 줄이고 수요는 늘리는 것이었다. 신규택지의 공급을 줄이는 대신 재건축 규제 완화와 청약제도 개선을 통해 부동산 매매시장을 활성화하자는 것이 주요 취지였다. 전세난으로 매매를 고려하는 실수요자들을 매매시장으로 이끌어 가는 것 또한 정책의 주요 방향 중 하나였다. 이후 2년 동안 부동산 매매시장은 정부의 의도대로 흘러갔다.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했고 치솟는 전세 가격에 지친 수요자들은 저금리 대출을 이용해 주택 구매에 나섰다. 그 결과 현재 가계부채는 1,260조원에 이르러 관리가 시급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결국 정부는 가계부채의 54%에 이르는 주택담보대출을 조절하기 위해 지난달 25일 가계부채대책을 내놓았다. 핵심은 향후 아파트 공급을 줄이고 중도금 대출을 규제해 신규 가계부채 요인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2년 전과 달리 시장은 정부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공급이 많지 않던 서울 지역의 아파트와 수도권에 인접한 택지개발지구 분양권을 중심으로 오히려 가격이 급상승한 것이다. 이는 정부가 분양권 전매제한이나 여신심사 강화 같은 실효성 있는 규제를 대책 내용에서 뺀 탓이 크다. 시장은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는 정부의 본래 의도보다는 공급을 감소시켜 아파트 시장에 대한 급랭을 막고 담보가치의 하락이라는 최악의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것으로 대책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아파트 시세와 분양권 프리미엄 상승, 신규 분양시장의 청약과열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시키면서 가계부채를 동시에 잡으려는 정부의 이번 정책은 나오자마자 후속대책이 고려될 정도로 급조된 정책으로 여겨지고 있다.
연내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가장 큰 경제 변수는 결국 금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가계부채 총액과 증가속도하에서 금리 인상이 진행된다면 저금리로 떠받았던 부동산시장이 급격히 침체되고 내수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아파트 시장에 대한 과열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가계부채 증가를 막기는 요원해 보인다. 후속 대책에서는 현재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통해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가계부채에 대비하는 실효성 있는 부동산 관련 대책이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안성용 우리은행 부동산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