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는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15개 이사국이 참가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새로운 제재를 추진한다는 언론성명을 채택했다.
안보리는 성명에서 북한의 도발에 유감을 표시하고 “이전 결의안에서 밝힌 대로 ‘중대한 추가 조치’를 취하기 위해 즉시 착수할 것” 이라며 이례적으로 유엔 헌장 7장에 있는 41조를 명시해 추가 제재안이 의무적으로 전 회원국들이 지켜야 하는 사항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안보리의 새 결의안에 담길 추가 제재안은 지난 3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결의안을 확대·강화하는 내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3월에 채택된 결의안 2270호는 북한을 드나드는 모든 선박을 검색하고 대북 항공유 수출을 금지하는 한편 북한 광물 수입도 금지하는 등 강도 높은 조치 등이 담긴 바 있다.
하지만 나라 마다 다른 북한과의 관계 및 인도적 측면을 고려해 북한 외화벌이의 주요 수단인 해외 노동자 파견에 대한 차단조치는 3월 제재에서 빠진 바 있어 이번에 논의가 다시 급진전될 가능성이 있다. 한해 5~6만 명으로 추정되는 해외 북한 노동자의 송금액은 약 5억 달러에 달해 상당액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돈줄이 되는 것으로 지적돼 왔기 때문이다. 아울러 원유와 석탄, 철강 등에 대해 민생 목적인 경우 대북 수출과 이전을 용인했지만 이에 대한 허용의 폭 역시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유엔 외교가에서 결의안 2270호의 허점으로 종종 지목됐던 북한의 섬유 수출에 대해 새로 제재가 추가될 가능성도 부상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미측과 협의 중인 안보리 새 결의안의 초안에 대해 “기존안의 미진한 점을 메우는 것으로 (대북 수출입에) 금지 품목을 늘린다거나, 선박 운항과 관련해 허용되던 사항들을 없애는 것 등”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대북 원유공급 금지 강화나 섬유수출 제한 등 새로운 대북 제재 역시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중국의 협조가 중요한 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로 대북 제재의 고삐를 푼 중국은 물론 러시아의 적극적 협력도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한미일은 새 안보리 제재 초안을 신속히 마련해 이 달 말까지 채택에 나설 계획이지만 지난 3월 제재안도 러시아와 중국의 발목잡기에 두 달 가량 걸린바 있다. 이에 따라 안보리의 새 제재안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실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미 행정부가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유엔 보고서를 통해 ‘블랙리스트’에 오른 북한 기업과 연계된 중국 기업 및 은행들을 미 정부가 직접 제재해 현행 안보리 제재안을 우선 강화하는 포석이다. /뉴욕 = 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