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스폰서·사건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김형준(46) 부장검사가 중고교 동창·피의자 등과 수상한 돈거래를 한 정황을 포착하고 그를 둘러싼 자금 흐름 추적에 나섰다. 검찰은 계좌를 비롯한 통신 추적 등 수사과정에서 그가 받은 금품이나 향응의 대가성 여부가 입증되면 김 부장검사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11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대검찰청 특별감찰팀은 법원에서 금융계좌 추적용 압수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김 부장검사와 ‘스폰서’ 김 모씨 사이의 최근 수년간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특히 김 부장검사가 수사한 사건의 피의자이자 한때 형사·금융조사부에서 함께 근무한 박 모 변호사로부터 “올 3~9월 사이 세 차례에 걸쳐 4,000만원을 빌려줬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김 부장검사의 금융거래 내역을 조사했다. 분석 대상은 금융기관 입·출금액과 거래 일자, 빈도, 취급 점포, 무통장 입금 및 송금·수표 발행 의뢰서, 대출금 등이다. 검찰은 필요 이상으로 자주 돈거래를 했거나 동일 유형의 거래가 반복됐는지는 물론 특정기간에 입금한 후 이를 현금이나 수표로 출금한 거래가 있는지 또 수표 출금 후 현금으로 교환한 거래 사례가 있는지 등을 낱낱이 들여다보고 있다. 아울러 법원에서 통신사일 확인자료 조회 허가를 받아 평소 3개의 휴대전화를 쓴 것으로 알려진 김 씨가 김 부장검사나 주변 인물과 접촉했는지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김 부장검사가 2개 이상의 휴대전화를 썼을 가능성도 염두해 두고 조사를 확대했다.
검찰이 금전거래는 물론 통신기록까지 빠짐없이 확인하는 등 이른바 ‘저인망식’ 수사를 벌이고 있는 배경에는 김 부장검사가 오랜 기간 금융 수사에 몸담은 전문가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장검사가 이미 타인 계좌를 이용한 사례가 확인된 만큼 본인 신분을 숨기기 위해 복잡하고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를 비롯한 주변과의 금전거래와 통화기록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김 부장검사는 올 3월 김 씨로부터 1,000만원을 전달받을 당시 검찰 동료 출신 박 변호사로부터 1,000만원을 빌리고 김 씨가 같은 액수를 박 변호사 부인의 계좌로 송금하게 하는 ‘삼각 거래’ 방식을 썼다.
김 부장검사는 현재 중고교 동창인 김 씨로부터 금품·향응을 받은 뒤 그가 사기·횡령 혐의로 고소당하자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담당 검사 등을 접촉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서울 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장 재직 시절 박 변호사의 증권범죄 사건을 맡거나 수사 정보를 확보해 그의 혐의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주 김 부장검사를 출국 금지한 데 이어 조만간 그를 소환해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또 계좌·통신 추적 등에서 김 부장검사가 향응과 금품을 언제·얼마나 받았는지, 의심 거래의 규모와 성격을 규명하고, 이를 토대로 김 부장검사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