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핫이슈]폭스바겐 사태 1년…수입차시장 지각 변동 심화

폭스바겐 지난달 76대 팔아 판매량 98% 급감

'더티 디젤·판매중지' 오명만 남아

미국·일본차는 점유율 9.4%·15.5%로 늘어

서울 시내 한 폭스바겐 매장이 손님의 발길이 끊긴 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송은석기자서울 시내 한 폭스바겐 매장이 손님의 발길이 끊긴 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송은석기자


‘배출가스 조작’ ‘더티 디젤’ ‘국내 차별’ ‘인증 조작’ ‘판매 중지’ ‘폭삭바겐’.

승승장구하던 폭스바겐이 디젤 게이트가 벌어진 지 만 1년 만에 얻은 수식어다. 폭스바겐 사태 1년간 ‘클린(Clean) 디젤’ 이미지를 앞세워 질주하던 폭스바겐은 ‘더티(dirty) 디젤’이라는 오명을 썼다. 불과 한 해 전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차 가운데 70%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했던 디젤차는 1년 새 50%대로 추락했다. 지난달 폭스바겐은 76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수입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태동하던 지난 2003년 월간 판매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9월18일, 미국환경청이 폭스바겐 디젤차에서 배출가스 조작 소프트웨어 발견됐다고 발표하자 전 세계가 혼란에 휩싸였다. 불과 며칠 전까지 독일에서 열린 ‘2016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야심작 ‘신형 티구안’을 당당히 전 세계 언론 앞에서 공개했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그룹의 명운을 좌우할 수도 있는 파문에 휩싸인 폭스바겐 측은 신차 계획을 전기차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국내에도 소식이 전해졌지만 디젤 파문 초기 파장은 크지 않았다. 한 해 전만 해도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30%가 넘는 판매량을 차지하고 있는 아우디폭스바겐이 몰락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만 1년이 흐른 지금은 얘기가 다르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12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코리아는 다음주까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할 반론자료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자칫 잘못하다 9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폭탄을 맞을 수 있어서다. 폭스바겐의 허위·과장 광고 혐의를 조사 중인 공정위 사무처는 폭스바겐 한국법인의 전·현직 임원 10명을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원회의에 제출한 상태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디젤차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하고도 유럽 배기가스 규제 기준인 ‘유로(EURO) 5’를 충족했다는 허위 광고를 홍보 책자와 홈페이지를 통해 해왔다는 이유 때문이다. 한 차례 반론 기일을 연기한 폭스바겐 측은 다음주까지 무조건 의견서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판매 중지에 이어 공정위까지 풀어도 풀리지 않는 매듭을 풀고 있는 기분”이라고 털어놓았다.


폭스바겐코리아가 공정위의 철퇴를 피하더라도 내년 상반기까지 회사 상황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관련기사



지난달 인증 취소 처분이 확정된 아우디·폭스바겐은 판매 실적이 크게 하락했다. 아우디는 476대가 신규 등록돼 지난해 8월 등록 대수인 2,796대보다 83% 급감했다. 폭스바겐도 전년 동기 대비 98%가량 줄어든 76대를 파는 데 그쳤다. 국내 고객들이 선호하던 디젤차 비중도 급감했다. 지난해 9월 국내에 판매된 수입차 가운데 디젤차 비중은 67.8%(1만3,826대)였지만 지난달 54.4%(8,664대)까지 추락했다.

아직 환경부에 재인증 신청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정상 궤도로 돌아설 때까지 최소 6~9개월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폭스바겐이 재인증을 거쳐 판매를 회복하려면 최소 6~9개월은 소요될 것”이라며 “국내 시장에서 재기하려면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내년 초 국내 출시를 위해 꾸려진 ‘스코다’도 문제다. 폭스바겐그룹에 속한 대중 브랜드인 스코다는 국내 시장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지난해부터 한국 시장 상륙을 위해 준비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폭스바겐 사태로 출시 시점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출근해서 멀뚱멀뚱 있는 스코다 담당 직원들 볼 때면 서로가 민망한 상황”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수입차 업계 지각변동이 심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우디의 공백을 신차효과로 흡수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는 법인 설립 13년 만에 수입차 판매 1위가 유력하다. 반면 아우디폭스바겐의 판매중지 여파로 독일차의 판매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달 국내에서 판매된 독일차는 9,059대로 전달 대비 34.6% 감소한 1만3,861대를 기록했다. 대신 미국차와 일본차가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미국차는 지난달 1,479대가 팔려 점유율 9.4%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일본차 역시 지난달 2,434대가 판매되면서 15.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2% 증가한 것이다.

박재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