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미술품 품귀현상…수작확보에 속타는 경매사들

서울옥션,케이옥션 오는 27,28일 가을경매

금융 불확실성에 안전자산 미술품 수요증가

경매횟수 증가해 수작 확보 어려워

김환기가 비엔날레 출품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14점 중 하나인 ‘새벽(Dawn) #3’이 추정가 10억~16억원에 경매에 나왔다. /사진제공=케이옥션김환기가 비엔날레 출품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14점 중 하나인 ‘새벽(Dawn) #3’이 추정가 10억~16억원에 경매에 나왔다. /사진제공=케이옥션


“경매 출품작 구하느라 정말 힘들었습니다. 소장가들이 좀처럼 작품을 안 내놓으시려 하니…”

미술품 경매회사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금융 불확실성의 증가로 ‘안전자산’인 고가 미술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작품을 가진 컬렉터들이 ‘소장 유지’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옥션(대표 이상규)은 오는 28일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9월 가을경매’를 열고 근현대 및 고미술품 203점, 약 140억원 어치를 경매에 올린다. 하루 앞서 27일에는 서울옥션이 종로구 평창동 본사에서 ‘141회 미술품 경매’를 개최해 181점 약 100억원 어치 작품을 내놓는다.

추정가 10억~15억원에 출품된 박서보의 ‘No.3-75’ /사진제공=케이옥션추정가 10억~15억원에 출품된 박서보의 ‘No.3-75’ /사진제공=케이옥션


◇믿을 게 그림 뿐=브렉시트 이후 금융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고, 주식시장은 출렁이며 부동산도 미래가 불투명하다. 반면 미술사적으로 검증된 작품들은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중저가 미술품이야 경기에 따라 가격이 들쑥날쑥하지만 가치가 확인된 고가 미술품은 상승세 둔화는 있을지언정 가격 하락의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분석이다. 지난 2008년 뉴욕발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아트마켓은 유사이래 최고의 호황을 누리며 매년 경매 신기록을 경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점화와 색채실험이 어우러진 김환기의 1970년작 ‘15-Ⅶ-70 #181’이 추정가 6억~9억원으로 경매에 나왔다. /사진제공=서울옥션점화와 색채실험이 어우러진 김환기의 1970년작 ‘15-Ⅶ-70 #181’이 추정가 6억~9억원으로 경매에 나왔다. /사진제공=서울옥션


한국작가의 경우 김환기(1913~1974)가 ‘블루칩’이다. 김환기의 작품은 지난해 10월 47억2,100만원, 지난 4월 48억6,750만원에 이어 6월말 경매에서는 54억원에 낙찰되며 한국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3회 연속 경신했다. 서울옥션 측 관계자는 “김환기의 작품은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컬렉터들이 출품을 자제하는 분위기”라며 “국내 미술시장이 ‘단색화’ 열풍으로 좋아진 듯하지만 이는 특정 장르로만 편중됐고 다른 분야는 여전히 침체인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서울옥션은 김환기의 점화부터 아내를 위해 그린 소품까지 5점을 그러 모았다. 케이옥션은 10점이나 끌어왔는데, 작가가 비엔날레 출품을 위해 유난히 공들여 준비한 14점 중 하나인 ‘새벽(Dawm) #3’의 추정가는 10억~16억원으로 눈길을 끈다.

궁중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삼국지연의도’ 8폭 병풍은 섬세한 필치에 보존상태가 양호해 추정가 7억5,000만~12억원으로 경매에 나온다. /사진제공=케이옥션궁중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삼국지연의도’ 8폭 병풍은 섬세한 필치에 보존상태가 양호해 추정가 7억5,000만~12억원으로 경매에 나온다. /사진제공=케이옥션


◇저렴·실속 고미술품=김환기와 ‘단색화’를 위시한 근현대미술이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공급이 한정돼 희소성 있음에도 가격이 저평가된 고미술품은 ‘틈새시장’으로 꼽힌다. 최근 몇 년 사이 예술적 가치와 사료적 가치를 모두 지닌 국보·보물 등 지정문화재가 경매에 나와 고가에 거래되는 등 고미술에 대한 관심이 느는 추세지만 고질적인 진위 및 가격 감정에 대한 불신으로 시장 회생은 더디다. 케이옥션은 고미술 분야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KBS ‘진품명품’으로 유명한 서지학자 김영복 씨를 고문으로 위촉했다. 경매회사들은 1,000만원 이하의 비교적 저렴한 고미술품은 감상용은 물론 향후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도 품을 수 있어 실속있다고 조언한다. 서울옥션의 경우 고미술 출품작 총 59점 중 33점(56%), 케이옥션은 62점 중 27점(44%)가 1,000만원 이하 작품이다.


한편 미술경매 횟수가 늘어난 것 또한 수급 문제를 초래했다. 서울옥션은 연간 4회의 국내 메이저 경매와 3회의 홍콩경매, 약 20회의 온라인경매를 진행하며 케이옥션은 이보다 많은 4회의 국내 경매와 4회의 홍콩경매 연 30회 이상의 온라인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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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가 5억8,000만~9억원에 경매에 나온 천경자의 ‘볼티모어에서 온 여인3’ /사진제공=케이옥션추정가 5억8,000만~9억원에 경매에 나온 천경자의 ‘볼티모어에서 온 여인3’ /사진제공=케이옥션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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