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국민연금 "우리은행 인수 고민되네"

4%이상 사면 사외이사 추천권

과점주주 인센티브가 걸림돌로

경영권 침해·연금사회주의 등

논란 의식 4%미만 취득 검토

전문가들은 "시장 매입이 유리"

국민연금이 우리은행 지분 인수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과점주주 매각 방식에 따라 4% 이상의 지분을 취득해 현행법상 불가능한 사외이사 추천 등의 논란에 휩싸이기 보다는 4% 미만의 지분을 취득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 지분 인수를 위한 투자의향서(LOI) 접수가 이번 주 마감되며 국민연금이 지분 인수에 참여할 지 주목된다. 국민연금 내부에서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이하 공자위)가 매각 흥행을 위해 과점 주주들에게 주는 인센티브인 사외이사 추천이 지분인수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앞서 공자위는 우리은행 지분(30%)을 4~8% 씩 쪼개 파는 내용의 과점주주 매각 방안을 발표하면서 4% 이상 지분을 새로 낙찰받은 투자자에게 사외이사 1명을 추천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 같은 당근책이 오히려 국민연금의 우리은행 지분 인수에 독(毒)이 됐다.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상 국민연금의 기업지분 보유 목적은 ‘단순투자’로 제한돼 있어 투자 기업에 대해 주주총회 소집이나 이사 추천과 같은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할 수 없어 법개정이 필요하다. 물론 국민연금이 경영참가 또는 지배권취득을 목적으로 대놓고 지분을 취득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경우 ‘5%룰’에 따라 5일 이내 금융당국에 지분변동내역과 목적을 보고하며 주식투자전략이 그대로 노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지난 2009년 KB금융지주, 2012년 하나금융지주로부터 각각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서도 국민연금이 거절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보유주식 의결권행사지침’에 따라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 찬반 의사를 밝힐 수 있지만 후보 추천 권한은 없다.


우리은행 매각 흥행을 위해 금융당국이 법 개정에 나서도 또 다른 논란에 휩싸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기업과 증권시장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추천과 같은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경우 기업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정부나 정치권이 국민연금을 지렛대 삼아 기업의 경영에 간섭하는 연금 사회주의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국민연금에게 우리은행 지분은 ‘계륵’과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기금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우리은행 지분인수에 참여해도 욕먹고 참여하지 않아도 욕먹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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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우리은행 지분인수전에서 4% 미만의 지분을 추가로 취득해 과점주주를 피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매각 안에 따르면 4% 미만으로 낙찰받은 투자가는 기존 지분과 합해 4% 이상을 넘더라도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없다. 지난 7월 국민연금이 공시한 우리은행의 지분율은 5.01%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이번 인수전에서 지분을 취득하면 6개월동안 매각이 불가능하다”며 “경영권 침해 논란과 투자전략 노출을 고려한다면 시장에서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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