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해외 조달시장과 히든 챔피언

정양호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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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국내 조달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1조원 감소했다. 조달기업 수는 1년 새 2만7,000개 증가한 32만개로 총 조달금액 중 중소기업 비중은 80%에 달했다.

조달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경쟁이 격화되면 불필요한 소모와 출혈이 커진다. 다 같이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면 충분한 자원을 보유한 ‘새로운 어장(blue ocean)’을 찾아내야 한다. 정부조달개방과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시장이 커지고 있는 해외조달시장이 바로 그곳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세계 조달시장 규모는 국내 조달시장의 약 50배에 달하는 6조달러 규모다. 문제는 공공조달시장이 가지는 보수성과 폐쇄성의 견고한 장벽을 어떻게 넘을 것인가이다. 표면적으로는 국제협정 체결로 장벽이 조금씩 허물어지는 듯하지만 각종 규격·인증 요구 등 다양한 형태의 유리장벽이 외부자의 진입을 여전히 가로막고 있다. 그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유리장벽’을 깨뜨리기 위한 정면돌파가 필요한데 정부가 도와줄 영역이 있고 기업이 스스로 헤쳐나가야 할 부분이 따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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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기업은 기술과 제품의 우월성을 확보해야 한다. 미래 먹거리로 등장할 융복합 산업 분야에서의 경쟁력 확보는 바로 기업의 몫이다. 기술개발에 대한 지원과 개발된 제품의 판로를 확보해주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현재 영국에서는 ‘공공혁신 조달(Public Procurement of Innovative solutions)’이라는 이름 아래, 아직 판매실적이 없는 융복합 제품이나 기술 개발 중인 제품을 공공시장에서 구매대상으로 허용하고 있다. 최근 우리도 드론을 시범사업으로 정해 관계기관 합동으로 기술개발 중인 제품의 사전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기술력 확보 이후에도 정부와 기업의 ‘2인 3각’ 경기는 계속돼야 한다. 목표시장에 대한 면밀한 정보분석과 진출전략 수립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조달청 ‘우수조달물품’으로 지정돼 공공조달에서 판로를 개척하고 민간시장으로 뻗어 나간 한 밸브 생산기업이 있다. 후발 주자임에도 직원교육과 연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 국내 최대 수처리 밸브 제조업체로 성장했다. 이 기세를 몰아 해외조달시장에 진출했지만, 수차례 고배를 마셨다. 동남아 시장에는 직원까지 상주시키며 영업을 펼쳤지만 결국 철수해야만 했다.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저가의 중국산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기술 융복합화와 서비스 혁신을 통한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후 한계점을 보완하고 정부지원의 시장개척단 참여와 해외조달시장 정보획득, 그리고 개별 영업활동을 전방위적으로 펼친 결과 현재는 중동·북미 등 세계 곳곳으로 수출을 확대해가고 있다.

이제 국내 조달시장은 우리 중소기업이 세계적 히든 챔피언으로 커나가는 데 디딤돌 역할을 해야 한다. 국내 조달시장을 통해 성장한 기업은 해외조달시장으로 활동영역을 넓혀나가야 한다. 그 빈자리를 벤처창업기업과 같은 새싹기업들로 채워 나가서 중소기업이 다 같이 발전하는 선순환구조가 돼야 한다. 공공조달이 더 이상 중소기업의 치킨 게임장이 돼서는 안 된다.

정양호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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