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연준과는 싸우지 않겠다" 金투자 발 빼는 헤지펀드

美 금리 인상전 차익 실현

금가격 7월 고점대비 4%↓



오는 20~2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헤지펀드들이 금 시장에서 속속 발을 빼고 있다. 연준이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에서 강한 금리 인상 시그널을 보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자 초저금리 시대의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아온 금의 인기가 급속히 식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전 서둘러 차익실현을 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집계를 인용해 지난주(12~16일) 금 선물과 옵션에 대한 매수포지션이 24만8,858계약으로 전주 대비 11%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주간 기준으로 이는 지난 5월 셋째주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헤지펀드를 비롯해 금 시장에 몰렸던 투기적 움직임이 금값 상승에 대한 베팅을 급격히 줄이면서 금 선물가격은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온스당 1,348달러에 달했던 금 가격은 16일 현재 1,310달러로 2.8% 하락했다. 국제 금값은 7월6일 온스당 1,374달러로 연고점을 찍은 후 2개월여 동안 4% 빠졌다.


투자자들이 이처럼 금 투자에서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은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퀸시 크로스비 푸르덴셜파이낸셜 투자전략가는 “연준이 결국에는 금리를 인상하고 물가상승 압력이 강해지고 있다고 밝힐 것”이라며 “금 투자자들은 당연히 금리 인상이 현실화하기 전에 이익을 실현하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의 금 가격 하락은 “연준과 싸우지 않겠다”는 투자자들의 장세 판단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 우려와 연준 정책의 불확실성 등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 가격을 끌어 올렸던 리스크 요인이 이미 현재 가격에 반영돼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을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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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C캐피털마켓츠의 크리스토퍼 루니 상품 전략가는 “현재까지 금값 상승세는 브렉시트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퍼펙트 스톰’의 결과였다”며 “(기반영된 탓에) 금 가격이 올해 안에 직전 고점인 온스당 1,365달러까지 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3개월 이내에 금값이 현 수준에서 5%가량 떨어질 것이라며 올해 평균 금값을 온스당 1,258달러로 예상했다.

국제시세에 연동하는 국내 금값도 추석 전후로 완연한 약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7월 1g당 5만원대까지 올랐던 KRX 금 시세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0.98% 하락한 4만7,540원에 장을 마감했다.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면서 6월 브렉시트 전후로 크게 올랐던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최근 하락세다. 7월 초 장중 한때 9,000원까지 올랐던 ‘TIGER금은선물 ETF’는 현재 9%가량 하락해 8,000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으며 ‘KODEX금선물 ETF’는 최근 1개월 동안 2% 빠졌다.

국내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상 이슈로 국내 금 시세도 일정 기간 조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강유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FOMC를 앞두고 금 가격이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다만 인도 힌두교 축제 등 귀금속 성수기가 다가오는 만큼 수요는 높아질 수 있어 9월 금리 인상 여부가 결정된 후 투자 방향을 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한 “9월에 금리 동결로 가닥이 잡힌다면 12월까지 소폭 반등할 가능성도 있어 국내 투자자들은 저점 매수하는 전략도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이수민·서지혜기자 noenemy@sedaily.com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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