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은 지난 12일 LG생명과학과의 합병 이사회 뒤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투자의 방향성과 관련한 중요한 키워드는 글로벌 관점에서의 신약개발”이라고 못박았다. 삼성이 집중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복제약)나 SK케미칼의 백신 같은 분야가 아닌 신약개발로 제약·바이오 분야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19일 “LG가 바이오 연구개발(R&D)에 연 3,000억~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데 이는 제약업체 평균의 3배 이상”이라며 “업계 판도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바이오·제약업계의 지각변동이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과 LG, SK, 코오롱 같은 대기업들이 앞다퉈 바이오분야 투자를 늘리고 있고 대형과 중견 바이오·제약 기업의 상장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벤처 투자도 증가세여서 ‘스타 플레이어’의 출현이 기대된다. 바이오 업계에 새로운 판이 짜이고 있는 것이다.
“2025년 매출 5조 달성”
삼성-LG ‘바이오 전쟁’
SK·코오롱도 앞다퉈 공략
미래 LG그룹의 바이오를 담당할 ‘통합 LG화학’은 2025년 매출목표를 5조원으로 잡았다. 삼성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업체(CMO)인 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2025년 매출 목표가 4조원 대임을 감안하면 바이오 분야 1위 자리를 놓고 삼성과 LG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가전 분야의 라이벌 관계가 바이오로 옮겨오는 셈이다. 특히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향후 후계구도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바이오 사업에 힘이 더 실릴 전망이다. 유한양행과 한미약품, 녹십자 같은 기존의 제약 ‘빅3’의 매출은 1조원 안팎에 불과해 대기업 투자는 업계 판도를 뒤흔들 전망이다. 셀트리온의 지난해 매출도 6,034억원이다.
SK도 그룹 차원에서 바이오에 관심을 쏟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래 먹거리 가운데 가장 유망한 분야로 바이오를 점찍었다. 내년 초 세계 최초로 퇴행성 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를 내놓을 코오롱생명과학도 이웅열 회장의 관심 속에 2018년까지 1,300억원을 투자한다.
제약업계 내부에서도 순위가 변하고 있다. 그동안 유한양행이 매출 1위였지만 지난해 기술 수출로 잭팟을 터뜨린 한미약품이 1조3,17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업계 1위에 오른 바 있다.
한미약품 올해도 1위 전망 속
일동제약 등 3세 경영 본격화
순위 다툼 훨씬 치열해질 듯
올해도 한미약품이 왕좌를 지킬 가능성이 높다. 상반기에는 한미약품 매출이 4,909억원에 그치며 유한양행(6,047억원)에 1위를 내줬지만 기술수출 계약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는데다 임상단계별 성과보수가 추가로 들어오는 하반기에는 역전이 가능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의 올해 실적이 최소 지난해 수준은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동제약과 녹십자, 동아쏘시오홀딩스 같은 주요 업체는 올 들어 3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어 향후 치열한 순위다툼이 예상된다.
시밀러 시장도 변화가 예상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영국에서 ‘레미케이드’의 복제약 ‘플릭사비’ 판매를 시작했다. 같은 ‘레미케이드’ 복제약인 셀트리온의 ‘램시마’와 유럽 등지에서 정면승부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는 바이오·제약 기업의 상장도 줄을 잇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1월 말께 코스피에 상장될 예정인데 시가총액만 10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점쳐진다. 한미약품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7조5,000억원)를 제치고 단숨에 2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이외에도 JW생명과학과 신신제약이 연내 상장을 앞두고 있고, 이재현 회장의 복귀로 CJ헬스케어 상장작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벤처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다. ‘글로벌헬스케어펀드’에서 100억원 투자를 받은 레고켐바이오와 알테오젠 등은 해외시장 진출을 목표로 뛰고 있다.
/김영필·김경미·양철민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