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Science & Market] 일상 속으로 파고드는 인공지능

이석중 라온피플㈜ 대표

암 치료·자산관리에 AI 도입

빅데이터로 전문영역도 척척

'누구나 쉽게' 이용문턱 낮춰





전문지식 서비스 분야의 인공지능(AI)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가천대 길병원은 국내 최초로 암 진단 및 치료에 IBM의 ‘왓슨 포 온콜로지’라는 AI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왓슨 포 온콜로지는 IBM의 AI 왓슨을 암 진단 및 치료를 목적으로 미국의 가장 큰 암센터인 ‘메모리얼슬론케터링(MSK) 암센터’에서 학습시킨 것인데 클라우드 기반의 플랫폼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해 암 환자에게 개별화된 근거 기반의 치료 옵션을 제공해준다.


왓슨은 학술지나 교과서 등의 의학 전문자료를 이미 1,500만페이지 이상 학습했으며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전 세계의 의학지식을 매일 학습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의료기록이나 검사 결과 등을 대입하면 곧바로 2~3개의 치료 옵션을 제공해준다. 물론 내비게이션이 여러 경로를 제시하면 운전자가 선택하듯이 왓슨은 의사들에게 진단 및 치료에 관련된 조언을 하며 결정은 의사가 하게 된다. 치료에도 바쁜 의사가 계속 갱신되는 최신 의학지식을 모두 습득하기는 어렵지만 매일 학습하는 왓슨을 통해 개별 환자에게 맞는 적절한 치료법을 조언받고 이를 의사들의 전문지식과 결합한다면 한 차원 높은 의료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다.

IBM은 의료·건강 분야에서 MSK뿐 아니라 다른 많은 팀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으며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질병에 대한 치료법 연구, 신약 개발 등에도 왓슨을 적용하고 있다. 또 API를 공개해 왓슨을 이용해 고유한 시스템을 개발할 수도 있게 하는 등 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의 의료·건강 분야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리걸 테크(legal tech)’란 ‘법(leg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AI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 법률 서비스를 말하며 지난 2011년께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이래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수백 개의 신생회사가 만들어지고 있거나 활발한 서비스를 하고 있고 시장 규모도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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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는 주로 판례를 수집하고 문서 증거를 분석하는 업무가 주였으나 최근에는 소장을 작성하거나 계약서를 검토하고 누락되거나 잘못된 부분을 수정·보완하고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을 하는 등 다양한 분야로 업무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법률 분야는 문서를 업무의 주요 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어떤 분야보다 AI 기술을 도입하기에 적합하다. 문서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하거나 요약하고 데이터베이스에서 원하는 문서를 찾아내며 문서를 자동으로 작성하는 등의 업무는 AI가 사람에 비해 훨씬 강점을 갖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고객이 입력한 정보를 분석해 고객의 특성 및 성향에 맞춰 투자 대상 선정, 자산 배분 및 조정 등의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산관리 서비스 역시 상당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라 PB들이 담당하던 전문 영역이었지만 고도화한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로 무장한 로보어드바이저가 국내외에서 이미 상당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의료·법률 및 자산관리 분야는 고도의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그동안 비싼 서비스 요금을 지불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스스로 학습이 가능한 AI 기술이 등장하면서 전문가들이 독점하고 있는 전문지식을 상업적 혹은 공익적 목적으로 공개해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로 만들려는 시도가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서비스 이용의 문턱이 낮아져 그동안 높은 비용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웠던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것이고 시장 크기는 상상 이상이 될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분야뿐 아니라 전문지식이 필요한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예상된다. 미래학자들은 오는 2030년쯤이면 AI가 사람을 앞설 것이라고 한다. 독점적 개념의 전문지식이 결국 누군가에 의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변할 것이기 때문에 경쟁은 이미 시작됐고 10년 남짓 남았을 뿐이다. 서두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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