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中, 북핵 물자 수출 훙샹그룹 수사]美·中 '수상한 대북 무역' 조사 공조...세컨더리 보이콧 힘실리나

'핵개발 도우면 언제든 제재' 시사

5차 핵실험전과 강도 달라질듯

"中, 美와 여전히 힘겨루기 양상

강력 조치 수용 미지수" 분석도





중국 당국이 미국과 북한의 핵 개발 재료 우회수입 창구로 드러난 중국기업에 대한 조사에 공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이 그동안 강력한 대북제재 효과에도 불구하고 외교적 부담 때문에 미뤘던 ‘세컨더리 보이콧’이 본격화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세컨더리 보이콧’이란 미국이 제재 대상국과 거래하는 자국 기업은 물론 제3국 정부·기업·단체까지 제재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나온 대북제재 수단 가운데 가장 강력한 조치다. 미 의회는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세컨더리 보이콧을 제재 조치에 포함시켰지만 중국 등과의 외교적 마찰 우려 탓에 이를 의무화하는 대신 행정부에 재량권을 부여한 바 있다.

일단 중국 당국이 북한의 핵 개발 재료 우회수입 창구로 드러난 훙샹그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 자체는 세컨더리 보이콧이 아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미국의 독자적인 제재카드로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이나 금융기관까지 광범위하게 제재대상에 포함하는 재무부의 행정적 조치다. 반면 이번 훙샹그룹에 대한 수사는 특정 기업에 대한 양국 사법적 공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국 사법당국의 공조 자체만으로도 5차 핵실험 이전과는 북한에 대한 제재 강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 외교가의 관측이다. 미국은 이번 훙샹그룹 수사를 통해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원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언제든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했다. 중국 역시 그동안 일방적으로 북한을 감싸 안던 자세에서 벗어나 훙샹그룹 수사 공조를 통해 대북제재에 대한 국제공조를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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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포털 텅쉰망에 따르면 최근 중국 랴오닝성 공안당국은 훙샹그룹의 자회사 ‘훙샹실업발전유한공사’와 관련자에 대해 오랫동안 북한과 무역을 하면서 ‘중대한 경제 범죄’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시작했다. 중국 공안당국은 중대한 경제 범죄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텅쉰망은 당국이 조만간 이 회사와 책임자를 입건할 방침이라고 전해 사실상 불법 무역 혐의 확인은 이미 끝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당국은 최근 훙샹그룹 자산과 이 회사 창립자이자 대표인 여성 기업가 마샤오훙 총재와 그의 친인척·동업자의 보유자산 일부도 동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에서 중국이 적극적으로 대북제재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중국 당국도 이 같은 목소리를 외면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중국이 그동안 대북제재에서 보여준 소극적인 태도가 변할지 이번 조사 결과 발표 내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등을 놓고 미국과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번 수사 공조에도 불구하고 세컨더리 보이콧을 전면 수용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게 외교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번 조치가 북한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중국 개인이나 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로 확대될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훙샹그룹=2000년 북한과 무역중개업으로 출발한 훙샹그룹은 무역과 건설·여행 사업 등을 통해 외형을 키운 후 현재 훙샹실업과 랴오닝 훙샹국제화운대리유한공사, 랴오닝 훙샹국제여행사·단둥 류경호텔 등을 계열사로 둔 그룹사로 성장했다. 그룹의 대표인 마샤오훙 총재는 랴오닝성 인민대회 대표로 활동했지만 최근 랴오닝 인민대회 부정선거에 연루된 혐의로 직무정지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 총재는 단둥 지역의 쇼핑몰 점원에서 시작해 무역회사 매니저 등을 거쳤다고 WSJ은 소개했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안보분야 연구기관 C4ADS가 지난 19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훙샹그룹 6개 계열사는 북한과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5억3,200만달러 규모의 무역을 통해 산화알루미늄 등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 품목을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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