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1인 오너' 한미약품 vs '전문경영인' 유한양행…'제약 왕좌' 다투는 상반된 경영스타일

임성기 한미사이언스 회장

"R&D가 미래" 1조 쏟아부어

2년차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

신성장동력 R&D 투자 늘려

경영체질개선 성공여부 주목





한미약품과 유한양행이 정반대의 지배구조를 무기로 제약업계 1위 자리를 놓고 격돌 중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한미약품은 장기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가능한 오너 경영을 바탕으로 신약기술 수출 등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반면 유한양행은 안정적이지만 단기 실적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전문경영인 체계가 한계가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유한양행도 지난해 3월 이정희 대표 취임 이후 연구개발(R&D) 투자 강화 등 신성장 동력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어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 주목된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이 지난 2000년 이후 R&D에 쏟아부은 자금만 1조원 가량에 달한다. 올 상반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16.8%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 같은 R&D 투자를 바탕으로 지난해 사노피, 얀센, 베링거인겔하임 등의 글로벌 제약기업에 8조원대 규모의 신약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추후 기술수출 성과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올 상반기 매출은 4,909억원으로 유한양행(6,047억원)에 업계 매출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올 하반기 임상단계별 성과보수가 추가로 들어올 경우 1위 자리를 탈환할 가능성이 높다.

임성기 한미사이너스 회장임성기 한미사이너스 회장



한미약품의 질주에는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임성기 회장의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2010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손실을 냈지만 같은 해 11월 한미약품 연구소장 출신인 이관순 사장을 대표 자리에 앉히며 되려 R&D 부문에 힘을 실었다. 영업보다 R&D를 통해 활로를 찾겠다는 의지였다. 이 사장은 임 회장의 신임을 바탕으로 지난 2010년 442억원 수준이었던 R&D 비용을 이듬해 840억원으로 2배 가량 늘렸으며 지난해에는 1,871억원까지 증액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에 10년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한미약품과 같은 오너십 체제에서나 가능한 투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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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은 지배구조가 가장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한미약품의 선전 이후 업계 1위라는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유한양행은 창업자 유일한 박사의 유지에 따라 평사원 중에 대표를 선임하며 임기는 3년, 연임은 1회만 가능한 구조다. 2014년 제약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 대를 기록하고 지난 2000년 이후 한 번도 마이너스 성장을 하지 않는 등 실적 위주의 안정적인 경영방식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해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잭팟’ 이후 신성장 동력 확보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이정희 유한양행 대표


이 대표도 R&D 강화 등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그는 국내 바이오벤처인 바이오니아, 코스온, 제넥신 등에 투자하는 한편 올해 R&D 부문에만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 6월 유한양행 창립 90주년 행사에서는 ‘그레이트 유한, 글로벌 유한’ 비전을 선포하고 R&D를 더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도 2014년 5.7%에서 지난해 6.4%, 올 상반기 6.6%로 꾸준히 늘고 있다. 또 올 상반기 기준 현금성 자산이 2,735억원에 3개월 내에 현금화 할 수 있는 단기투자자산이 2,385억원에 달해 투자 및 인수합병 여력이 충분한 편이다. 다만 단기 실적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전문경영인 체제의 특성상 긴 호흡을 갖고 미래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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