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일본이 지진에 대처하는 법

신경립 국제부 차장

신경립 국제부 차장신경립 국제부 차장




지난 4월14일 오후9시26분. 일본 규슈의 구마모토현을 진도 6.5의 지진이 강타했다. 수초 뒤 도쿄 시부야의 한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식사 중에 보고를 받고 황급히 자리를 뜬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즉시 전화로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정부가 재해 응급대책에 전력을 다할 것, 국민에 대해 정보를 제공할 것”을 관저에 지시했고 지진 발생 15분 만에 TV 화면에 모습을 드러내 결연한 수습 의지를 밝혔다. 지진이 발생한 지 채 30분도 되기 전인 오후9시54분 도쿄 나가타초의 총리 관저 위기관리센터에 설치된 ‘컨트롤타워’에 들어선 아베 총리는 주요 각료들과 관련 부처 간부들과 함께 정보 수집 및 대책 논의에 돌입했다.

일본의 신속한 지진경보 시스템과 대응 매뉴얼은 국제적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TV에는 5초도 안 돼 경보자막이 나가 재난 발생 사실을 알리고 휴대폰을 통해 경보 메시지도 수초 만에 울린다. 구마모토 지진 당시 경찰청과 해상보안청 등은 오후9시30분을 전후해 각각 비상재해대책본부를 설치하고 부대 파견과 피해 조사 등에 착수했다. 한 시간여 만에 파견된 자위대는 밤사이 구조작업에 나섰다. 중앙정부-지자체 간 협력과 기업들의 대응도 신속하게 이뤄졌다. 국회의원들은 15일 열릴 예정이던 안건 심의를 연기하고 지진 대응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16일 예상치 못한 진도 7.3의 강진이 또 한 차례 이 지역을 뒤흔들면서 지진 복구 및 피해 대책에 큰 차질이 빚어지기는 했지만 정부의 지진 대응에 대해 국민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5월 초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11개월 만에 50%를 돌파한 데는 지진 대응에 대한 호평이 뒷받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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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이 빈발하는 ‘불의 고리’에 위치한 일본이 지진 대응을 잘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일본 어린이들은 유치원·초등학교 시절부터 지진 발생에 대응한 방재 훈련을 받는다. 기업이나 관공서도 매뉴얼에 따라 대피 훈련을 실시한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기민한 대응 배경에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비롯한 과거의 대규모 재난의 교훈이 크게 작용했다. 1995년 1월17일 6,400여명이 목숨을 잃은 한신대지진 발생 당시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에게 첫 보고가 올라온 것은 지진이 발생한 지 1시간44분이 지난 뒤였다. 아수라장이 된 현장으로 자위대가 파견되기까지는 사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당시 무라야마 정부는 늑장 대응으로 지진 피해를 키웠다는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은 바 있다. 일본의 지진 대응이 고도로 체계화된 것은 한신대지진의 아픔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경주 지진에 대한 우리 정부와 사회 전반의 느리고 미숙한 대응 실태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된 지금 또다시 있을지 모를 지진에 무방비로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재난을 교훈 삼아 ‘제로 베이스’에서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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