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로터리] 언제나 기본은 정직이다

정재희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대표





하버드대 교수이자 ‘정의론’의 세계적 석학인 마이클 샌델이 집필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몇 해 전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었다. 한동안 베스트셀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그 책의 표지를 볼 때마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일종의 통증이 느껴지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곤 했었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변화하는 이 시대에서 정의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또 그것을 지키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멀리 가야 살아남는 현실 속에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수많은 잔꾀와 편법의 유혹에 맞서 홀로 독야청청 정의의 길을 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항상 마음 깊은 곳에서 정의를 갈망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것이야말로 ‘기본’이며 그 기본이야말로 위기를 헤쳐나갈 정답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포드코리아에 몸담은 지도 20년이 훌쩍 넘었다. 입사한 지 9년 만에 한국 법인의 대표가 돼 현재에 이르기까지 외부에서 보기에는 승승장구하는 듯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크고 작은 위기가 제법 많았다. 가장 큰 고비는 포드코리아의 사장직을 맡은 지 4년이 되던 해였다. 국내 딜러사 한 곳이 딜러권을 포기하려는 상황에서 당시 미국 본사에서 한국 시장을 포함해 수출본부 사업을 총괄하고 있던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 문제였다. 딜러에게 e메일을 보내기 전날 밤 내용을 살펴보던 중 여러 차례 검토했던 회신 중에 여전히 잘못된 부분이 있었고 바로 상사에게 해당 내용을 정정할 것을 요청하는 e메일을 보냈다. 내용에 오류가 있다면 통상적으로 수정요청이 받아들여지기 마련이건만 상사는 본사에서 결정한 내용을 따르지 않는 것은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나의 태도를 지적하며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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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더 이상의 ‘도발’을 했다가는 회사를 떠나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 닥쳐오니 겪어보지도 못했던 인생 최고조의 스트레스가 나를 괴롭혔다. 문제를 외면하고 잔꾀로 상황을 모면해볼까 하는 생각이 안 들었다면 거짓말이겠다. 그러나 당시 상황에 비춰 무모해 보이기까지 했던 ‘기본을 잃지 말자’ 라는 나름의 신념은 결과적으로 나에게 조직에서 조금 더 공고한 위치를 만들어줬던 계기가 됐고 어떠한 잔꾀나 지름길도 아닌 기본과 정직함, 그리고 진정성에 충실한 자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교훈도 줬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기회와 위기를 마주하며 살아간다. 기회는 놓치면 그만일 수도 있겠지만 위기는 극복하지 못하면 그 자체로 치명상이 된다.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기회를 포착하는 것보다 더 크고 중요한 인생의 지표가 된다고 보는 것이 그 이유에서다. 오늘도 이런저런 유혹 앞에서 흔들리고 있을 많은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기본에 충실하자. 그리고 정직하자라고.

정재희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대표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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