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포춘 스페셜 리포트 ¦ 자율주행 어디까지 왔나?



다가오는 자율주행 시대를 지배하기 위해 자동차 회사와 IT기업들이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차는 뒷전으로 밀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머리로는 이 시연 행사가 사전에 준비된 것이며, 철저하게 각본에 따라 진행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포드퓨전 Ford Fusion 세단에 타고 내 앞의 ‘주차된 차’를 향해 정면으로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몸의 나머지 부분이 반사적으로 움츠러들었다.


후방추돌사고를 일부러 내는 건 인간 본능에 반하는 행위다. 브레이크를 밟고 싶은 본능을 억제하려면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한눈을 파는 운전자 역할을 맡았다. 내 오른쪽으로 보이는 건 오후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밝은 색 포드 자동차로 꽉 찬 주차장이었다. 멀리서 성조기가 휘날렸고, 잔디언덕의 한쪽 면에는 포드의 푸른색 로고가 칠해져 있었다.

차 계기판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디스플레이 패널에 붉은 불빛이 번쩍거렸다. 영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속 등장인물이 된 기분이 들어 영화 속에 나오는 ‘나는 살고, 나는 죽으리, 나는 다시 살아나리’ 노래를 머릿속으로 불렀다. 유인용 자동차로부터 불과 몇 센티미터 앞

지점에서 자동 브레이크가 작동했다. 그러자 내가 탄 퓨전이 갑자기 멈췄고, 나는 비명을 질렀다.

조수석에는 포드의 주행보조기술 매니저 스콧 린드스트롬 Scott Lindstrom이 앉아 있었다. 그는 나 외에도 시연 과정에서 소리를 지른 사람이 있었다며 안심시켜 주었다. 내가 매일매일 사고를 시뮬레이션하는 기분이 어떤지 묻자, 그는 “굉장히 긴장된다”고 답했다. 유인용 차와 부딪친 적도 많았는데, 2012년에는 회사 이사들 앞에서 그런 적도 있었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포드 경영진에게 자율주행자동차는 실리콘밸리의 황당한 도전 정도로 인식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후 4년 동안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요즘 포드 차를 구매하면 기자가 시험해 본 자동 브레이크를 포함해 30가지 이상의 반(半)자율주행 기능을 선택할 수 있다. 포드는 더욱 적극적으로 완전 자율주행 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자체 예상에 따르면, 포드는 연말쯤 업계에서 가장 많은 자동주행 시험차량을 보유할 전망이다.

이건 포드만의 일이 아니다. 자동차 회사의 정의 자체를 바꿔놓을 급격한 변화가 업계 전반에서 한창 진행되고 있다. 열광, 희망, 두려움, 불안 등이 소용돌이치는 중심에 자율주행 자동차가 자리잡고 있다. 저렴한 센서 가격, 기계학습 기술의 발달, 구글 · 테슬라 모터스 Tesla Motors 등의 공격적 행보 덕분에 무인차는 일반적인 예상보다 더 빨리 현실이 되고 있다. 현재 GM, 도요타, 닛산, 폭스바겐, 피아트-크라이슬러, BMW 등 거의 모든 업체가 (혹자는 조심스레, 혹자는 헤드라인을 장식할 만큼 과감한 방식으로)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디트로이트와 다른 지역 자동차 회사 경영진은 자율주행을 SF 소설에나 등장하는 기술로 생각했었다.

지난 3월, GM은 크루즈 오토메이션 Cruise Automation이라는 자율주행 전문 소규모 벤처기업에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대변화의 시작이었다. 그 전까지 몇 달 동안 기술기업 · 벤처기업 · 자동차 업체들은 협력 여부와 대상 선정을 놓고 탐색전을 벌여왔다. 변화의 속도가 이 정도로 빠를 땐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구글의 벤처캐피털 부문은 2013년 우버에 2억 5,8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현재 우버는 투자자인 구글에 직접 맞서 자체 자율주행 연구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GM의 결정 이후 망설임은 끝났다. 도요타는 5월 우버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폭스바겐은 미국의 차량호출업체 겟 Gett에 3억 달러, 애플은 중국 차량호출업체 디디추싱 Didi Chuxing에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구글은 피아트-크라이슬러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미니밴 모델 파시피카 Pacifica 100대에 자율주행 기술을 장착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게 한 달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포드의 CEO 마크 필즈는 “미래에 대한 관점이 있어야 좋은 기업”이라고 말한다. 왼쪽은 포드의 퓨전 하이브리드 무인주행 시험차량.포드의 CEO 마크 필즈는 “미래에 대한 관점이 있어야 좋은 기업”이라고 말한다. 왼쪽은 포드의 퓨전 하이브리드 무인주행 시험차량.


자율주행 시대가 정확히 어떤 모습일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탑승자들이 뒷좌석에서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편안하게 즐길 동안, 운전은 자동차가 알아서 해줄까? 차를 구매할 필요 자체가 없어지진 않을까? 일각에선 자율주행차 이용이 주요 도시의 일정 구역 내에서만 가능하도록 규제가 생길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얼마 전 발생한 사망 사고 탓에 자율주행기술의 미래가 10년은 후퇴했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완전 자율주행차의 실제 상용화 시점에 대해서도 내년부터 2050년까지 예측이 제 각각이다(테슬라 창업자들은 이미 지난 가을, 이에 대한 답을 찾았다. 회사는 작년 10월 고속도로 자율주행이 가능한 ‘자동파일럿’ 기능을 차내 소프트웨어에 탑재했다. 같은 시기에 ‘봐, 손 뗐어!(Look, Ma, no hands!)’라는 제목의 영상 시리즈도 웹에 공개했다. 테슬라의 기술이 100% 자율주행은 아니지만, 강력한 시작임에는 틀림없다).

자동차 제조업체와 IT기업, 야심 찬 벤처기업들은 한결같이 자율주행은 일시적인 언론의 관심이나 유행이 아닌 “거스를 수 없는 변화”라고 말하고 있다. 본 기사 인터뷰에 응한 모든 관계자도 이 흐름은 “실제 상황”이라고 단언했다. 규제 당국도 마찬가지다. 앤서니 폭스 Anthony Foxx 미 교통부 장관은 지난 4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자율주행은 현실이다. 우리의 준비 여부와 상관없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고 말했다.

해킹, 사생활 침해, 윤리적 문제, 인프라 부족, 일자리 잠식 등 자율주행에 여러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업계는 자율주행의 인명피해 예방 효과가 크다는 점이 알려지면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 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0만 명 이상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1,500만 명이 부상을 입고 있다. 사고 원인의 90% 이상은 인간의 실수다. 일부 경영인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확신하고 감정적으로 반응할 정도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 Alphabet의 에릭 슈미트 Eric Schmidt 회장은 6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왜 사람들은 이 문제를 방치할까? 국가적 위기로 지정해야 하지 않는가?”라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이 문제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다는 것에 솔직히 너무 화가 난다.”

자율주행의 효과는 인명피해 예방 외에도 다양하다. 비용이 크게 절감되고(교통사고로 인한 전 세계의 경제적 피해액은 연간 5,000억 달러다), 도시인의 삶이 개선되며(주차장을 녹지 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다), 생산성이 향상된다(자동차 출 · 퇴근시 통근시간을 활용해 근무를 하고 트럭 운전사들은 달리는 차 에서 수면을 취할 수 있다). 게다가 취약계층의 이동성도 개선된다(노인, 시각장애인, 기타 장애인들을 위한 로봇 운전사를 적절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볼 때, 무인차가 가져다 줄 가장 큰 변화는 따로 있다. 바로 자동차 시장의 위축이다. 미국인들은 현재 신차 구입에 매년 5,700억 달러를 소비하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 125년간 미국 자동차 업계의 매출 기반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에는 차량호출 앱, 셔틀버스, 3D지도, 차내 탑재 자율주행 컴퓨터를 판매할 것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미 회사의 정체성을 ‘이동성(mobility)’ 업체로 재정의하고 있다. 자동차 소유 시대가 끝날 것이라는 예측을 염두에 둔 행보라 할 수 있다. 포드의 추산에 따르면, 새롭게 탄생하는 운송서비스 업계의 규모는 총 5조 4,000억 달러로 예상된다. 왜 진작 자율주행 연구에 나서지 않았는지 어리둥절할 정도다.

차량호출 선두업체 우버가 사업을 시작한 2009년 당시 자동차 업계가 도산 위기에 처해 있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우버의 매출은 GM과 포드보다 1,450억 달러 가량 적지만, 기업가치는 두 기업을 합한 것보다 수백억 달러나 크다. 알파벳은 마음만 먹으면 포드나 GM을 인수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애플(자율주행 기술을 자체 개발 중이라는 루머가 무성하다)은 포드와 GM, 그리고 피아트-크라이슬러까지 미국 자동차업계 ’빅3‘를 단번에 인수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도 실리콘밸리의 침공을 알아차렸다. 영국 바클레이즈 은행의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존슨 Brian Johnson은 “디트로이트 자동차 업계에는 ‘혁신기업의 딜레마(The Innovator’s Dilemma)’ (역주: 경영학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저서로 파괴적 혁신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를 읽은 사람이 적지 않다. 기존 업체가 혁신을 무시하고 태만해서는 안 된다는 걸 경영대학원에서 배운 사람들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동차 시장이 내년이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업계는 내 예상보다 빨리 대응에 나섰다. (멸망의 길을 걷는) 공룡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열망이 있는 듯하다.”

예컨대 포드의 마크 필즈 Mark Fields 사장 겸 CEO는 실리콘밸리가 기회를 잡기 전에 포드가 ’자기파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과연 진심으로 한 말인지, 자기파괴에 무엇이 수반되는지 알고 한 말인지 등 이런저런 의문이 드는 발언이다. 두 질문에 대한 대답이 모두 ‘예스’ 라고 해도, 더 큰 질문이 뒤를 따른다. 과연 그가 해낼 수 있을까?

앤서니 리번다우스키 Anthony Levandowski는 6년간 구글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에서 센서 개발, 제품정책개발, 기술테스트 등을 담당했다. 그는 구글 무인차 설계자 중 한 명으로 평가 받는 인물이다. 구글-초대형 온라인 광고업체 구글은 야심 찬 개발 프로젝트에서도 점점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은 그 결과 비현실적 상상이었던 무인차를 업계의 현실로 만든 기업이 됐다. 그러나 ‘그간의 진보에도 불구하고 무인차의 상용화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에 리번다우스키와 라이어 론 Lior Ron(구글 맵스 제품책임자)은 동의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지난 1월 구글을 떠나 대형 상용트럭에 완전 자율주행시스템을 장착해 주는 벤처기업 오토 Otto를 창업했다.

개발 착수 5개월 만에, 오토는 첫 공개 시연을 진행했다. 바퀴만 18개인 대형 트럭이 인간의 개입 없이 시속 55마일(약 88.5km)로 캘리포니아 101번 고속도로를 질주했다. 사내에는 초조함이 감돌았다. 론은 “최대한 빨리 개발하려 하고 있다”며 “10년, 아니 5년 목표도 아니다. 우리는 최대한 빨리 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글 무인자동차 프로젝트를 이끄는 크리스 엄슨은 자율주행기술이 주행, 주차, 환승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왼쪽은 구글의 최초 자율주행 콘셉트카.구글 무인자동차 프로젝트를 이끄는 크리스 엄슨은 자율주행기술이 주행, 주차, 환승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왼쪽은 구글의 최초 자율주행 콘셉트카.


실리콘밸리는 일반인들의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을 정도로 빠르게 무인자동차를 상용화하려 하고 있다. 규모를 불문하고 기술기업들은 예외 없이 혁신이 필요한 차세대 산업은 운수업이라 확신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디트로이트가 취해 온 점진적 개선은 이들과 거리가 멀다. 로봇이 도로를 점령할 날을 기다리며 반자율주행 기술을 하나씩 추가하는 대신, 실리콘밸리는 혁명을 꿈꾸고 있다. 완두콩을 닮은 구글의 자율주행차는 핸들과 페달이 아예 없다. 미 도로교통안전국(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은 이 차에 자체등급상 가장 높은 자율주행 단계인 ‘레벨 4’를 부여했다.

구글은 혁명이 가장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교적 신뢰도가 떨어지는 인간 운전자가 컴퓨터를 조작하면, 오히려 사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인간이라는 요소가 남아 있으면 자동주행 기술의 경제성과 접근성이 상실된다는 점도 고려됐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담당 디렉터 크리스 엄슨 Chris Urmson은 올해 캘리포니아 당국에 완전 자율주행차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설득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GM은 최근 메리 배라 Mary Barra CEO가 밝혔듯이, 핸들과 페달을 버리지 않았다. 미 교통부는 7월에 새로운 자율주행차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캘리포니아 주 멘로 파크 Menlo Park에 위치한 벤처기업 죽스 Zoox는 ‘강성 혁명파’다. 이 회사는 완벽한 대칭 형태의 형광 초록색과 검은색 로봇택시를 컴퓨터로 근사하게 조작한 모델을 공개했다. 양방향 이동이 가능한 이 차는 커다란 원격조종 장난감처럼 보였다. 설립자 팀 켄틀리-클레이 Tim Kentley-Klay는 “이 운송 수단은 사실 차가 아니라 차가 진화한 형태”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죽스는 기자가 포드에서 시험했던 자동 브레이크와 같은 반자율적 기능의 점진적 개선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켄틀리-클레이도 2014년 베를린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점진적 접근법이 현재 인간의 도시가 직면하고 있는 이동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 역설한 바 있다. 죽스는 초기 렌더링 이상의 진전 사항을 아직 공개한 바 없지만, 계획만큼은 원대하다. 이 회사는 현재까지 2억 5,2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기업가치는 10억 달러로 추산된다.

많은 이들은 죽스와 구글, 우버-5월에 자체 무인자동차 시험모델을 공개했다-가 궁극적으로 ‘주문형 자율주행차’로 구성된 도시형 운송수단을 자체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일종의 로봇택시인 셈이다. 우버의 경우 현재 100만 명이 넘는 운전자를 전체, 혹은 일부라도 줄여 비용을 낮추면 현재의 저조한 수익률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버는 현재 전체 매출의 75%를 운전자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이 지출이 없어지면 무인자동차의 구매 · 유지 · 주차에 드는 비용을 만회할 수 있게 된다.

구글 입장에서 보면 차량호출 서비스 덕분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혁신 프로젝트에서 실제 수익을 창출할 길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구글은 연내에 무인차 프로젝트를 독립적인 자회사로 분리할 것으로 알려져있다. 슈미트 회장은 투자자들에게 “수십 년이 아닌 수 년 내에” 무인차의 시판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 계획을 잘 알고 있는 한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17만 달러 수준인 무인차(차체 전체에 센서를 부착했다)의 가격을 3만 달러 이하로 떨어뜨리는 게 급선무다.

실리콘밸리의 로봇택시 프로젝트도 중요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IT 전문가들이 실제 쇠를 만져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실제 차를 생산하는 기업은 테슬라 뿐이다. 이 회사는 2008년 첫 모델-3차례 연기 끝에 선보인 로드스터 Roadster-을 출시한 후 신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매번 기일을 맞추지 못했다. 테슬라는 미국, 일본, 독일의 기존 제조사들에 비해 규모도 훨씬 작다. 테슬라의 제조상 문제는 단순한 성장통으로 치부할 수 없는 수준이다. 최근 출시한 모델 X SUV의 경우에도 테슬라는 공식 성명에서 자기과신을 일부 인정했다. 제품에 ‘신기술을 너무 많이’ 탑재하려는 바람에 부품 공급부족 사태가 빚어져 출시가 지연됐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혁명가들이 명심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현실 속의 아이언 맨’이라 불리는 일론 머스크 Elon Musk가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나머지는 말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구글이 2014년 동글동글한 디자인의 무인차를 최초 공개하자 업계 경영자들은 비웃음을 참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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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소재 하소 플라트너 연구소(Hasso Plattner Institute)의 울리히 바인베르크 Ulrich Weinberg 교수는 2014년 아우디의 주주 레터 인터뷰에서 “그 어떤 자동차 회사도 대중 앞에 저런 못생긴 감자 같은 차를 내놓은 적은 없다”고 비판했다. 자동차 평론가들의 반응도 비슷했다(앤드루 크록 Andrew Krok은 구글의 첫 자율주행 콘셉트 카가 ’옛날 일본 만화영화 캐릭터와 컴퓨터용 마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 같다고 혹평했다). 자율주행 관련 부품 공급업체 NXP 반도체의 최고기술책임자(CTO) 라스 레저 Lars Reger도 “구글과 테슬라가 공개적으로 비웃음을 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같은 태도는 세상을 바라보는 두 업계의 관점이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 준다. 레저는 구글이 자동차를 “우연히 네 바퀴를 가지게 된 로봇”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존 제조업체들에게 차는 ‘연소기관을 단 마차’다. IT기업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일단 시장에 내놓은 후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 포드의 필즈 CEO는 이에 대해 “우리 업계에선 통하지 않는 방식”이라며 “시속 70마일(112km)로 달리면서 재부팅 버튼을 누를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을 하기도 했다.

시절이 좋을 땐 상대를 무시하기 쉽다. 지난 3년간 미국 자동차 업계는 매출, 이익, 성장률 측면에서 모두 신기록을 수립하며 호시절을 누렸다. GM과 포드는 여전히 포춘 10대 기업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작년 포드의 주가는 12%나 하락했다. GM 주가는 자사주 90억 달러 매입 발표에도 19%나 급락했다. 5월 열린 포드의 연례 주주총회에선 실망한 한 투자자가 주가상승을 이루기 위해선 은퇴한 전 CEO 앨런 멀랠리 Alan Mulally를 복귀시켜야 한다고 요청하기까지 했다. 투자자들은 자동차 업계가 직면한 존폐 위기는 물론, 현재의 호황도 저금리와 저유가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구글 자율주행차의 설계자 중 한 명인 앤서니 리번다우스키는 트랙터 트레일러에 자율주행 기술을 장착하는 벤처기업 오토를 창업하기 위해 구글을 박차고 나왔다. 왼쪽은 오토 트럭의 모습.구글 자율주행차의 설계자 중 한 명인 앤서니 리번다우스키는 트랙터 트레일러에 자율주행 기술을 장착하는 벤처기업 오토를 창업하기 위해 구글을 박차고 나왔다. 왼쪽은 오토 트럭의 모습.


설상가상으로 애널리스트들은 1920년대 말(馬) 시장이 그랬듯이, 자동차 시장도 포화상태를 맞을 수 있다고 오랫동안 경고해 왔다. 저렴한 로봇택시가 새로운 시내 운송 수단으로 등장한다면, 현재 연간 9,000달러에 이르는 가구당 교통비는 2,000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 자동차 렌털업체 집카 Zipcar의 공동창업자이자 전 CEO인 로빈 체이스 Robin Chase는 “‘이동성 업계’가 자동차 시장을 완벽히 대체할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자동차 업체들은 차를 팔아 매출을 올리겠지만, 차 이용의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전체 시장 규모가 축소될 것이다.”

한편, 젊은 세대는 점점 운전에 대한 관심을 잃어 가고 있다. 미시간대 교통연구소(University of Michigan Transportation Research Institute)의 연구에 따르면, 16~44세 인구 중 운전면허 보유자 비율은 1983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하락해왔다. 그러나 자동차 회사들은 밀레니얼 세대가 차를 싫어한다는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고 있다(GM의 댄 애먼 Dan Ammann 사장은 “게으른 기자들이 만들어낸 뻔한 이야기”라 비난한 바 있다). 그러나 자동차 회사들이 구글의 감자덩어리를 더 이상 비웃지 않고 있다는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미국 자동차업계는 이미 추월의 아픔을 겪은 바 있다. 1980년대 저가 시장은 일본산 수입차에게, 고가 시장은 유럽 브랜드들에게 점령당했다. 구글, 애플, 우버, 테슬라, 리프트 Lyft, 심지어 죽스 같은 업체들이 향후 미국 운송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디트로이트에선 상반된 두 종류의 편집증이 나타나기도 했다. 과도한 리스크와 과도한 안전주의에 대한 두려움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의 한 중역은 “너무 앞서 나가다가 제2의 타임워너-AOL이 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중역이 말했듯이, “누구도 음악업계처럼 아이팟에 당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그러나 이 두려움이 이동성의 대전환을 이끌고 있다. 2015년 초, 포드의 CEO 필즈는 유명 소비자 가전제품 전시회인 CES에서 ‘세상을 바꾸자’라는 연설을 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계속되는 도시화, 중산층, 대기오염, 밀레니얼 세대 등을 언급했다. 연설에는 ‘이동성은 이동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동성은 진보, 다름아닌 인류의 진보에 대한 것이다’ 같은 문구들도 등장했다.

포드의 연구개발 및 첨단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 켄 워싱턴 Ken Washington은 경영진이 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방향 전환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동성 기업이란 게 이런 뜻이구나’라는 일종의 깨달음을 얻은 순간이었다.” 그는 “작년 한 해를 거치면서 이 메시지가 점점 더 명확해졌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깨달음은 자회사 스마트 모빌리티 Smart Mobility의 창립으로도 이어졌다. 지난 3월 설립된 이 회사는 교통과 관련된 기술,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유한회사다. 아이튠즈와 앱스토어 같은 애플의 소프트웨어가 자사 하드웨어를 보완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워싱턴은 “우리 회사가 이동성을 추구할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며 새 자회사에선 “포드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목요 비즈니스 프로세스 점검회의’를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 예측했다.

GM의 애먼 사장도 2년 전 비슷한 ‘계시’를 받았다. 애먼은 61년 출시된 하늘색 캐딜락 시리즈 ‘62 컨버터블’을 직접 몰기를 좋아하는 자동차 애호가다. 어느 날 그는 하루 1시간 반 업무에 집중할 시간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출퇴근 때 회사가 제공하는 기사에게 운전을 맡기는 날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는 ”운전으로 인해 소모되는 기회비용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걸 느꼈기 때문에 GM 고객들도 차 소유에 따르는 각종 비용과 불편 없이 차를 이용하길 원했다. 그건 바로 우버와 리프트 같은 차량호출 서비스가 성공한 주요인이기도 했다. 애먼은 “소비자들의 행동이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우리도 거기에 맞춰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LA오토쇼에서 애먼은 리프트의 공동창립자 겸 사장 존 지머 John Zimmer가 자동차업계에 최후통첩을 던지는 순간을 지켜보고 있었다. “(자동차 소유의 종말에) 맞설 수도 있겠지만, 결과가 좋을지는 회의적이다. 맞서지 않겠다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 변화는 현실이고, 심각한 일이며, 당신의 세계를 바꿔 놓을 것이다.” 지머는 연설장 안을 꽉 채운 보험회사, 규제 당국, 자동차 딜러, 부품 제조업체 관계자들이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비꼬는 듯 느린 박수(slow golf clap)’를 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연설이 끝난 후 애먼은 지머를 호텔 스위트룸으로 데려갔다. 두 사람은 리프트의 기업가치를 약 55억 달러(투자 받은 금액 포함)로 평가하고, 향후 5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서둘러 체결했다. 지머의 수행원들에게도 비밀이었던 이 미팅은 3시간 동안이나 이어졌다. 지머는 지난 몇 년간 자동차 업계 경영인들과 많은 만남을 가졌지만, 자신의 미래 비전에 대해 “동의한다”는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몇 달 후 애먼은 크루즈 Cruise의 공동창업자 대니얼 캔 Daniel Kan과 카일 보그트 Kyle Vogt 를 만났다. 2년 6개월 전 설립된 크루즈는 자율주행차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하는 회사였다. 리프트에게도 그랬듯이, 애먼은 두 사람이 제시한 비전에 “동의한다”고 말한 후, 일사천리로 대형 계약을 마무리했다. 당초 양사는 단순한 협력관계를 생각했지만, 인수합병을 통하면 더욱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애먼은 “우리가 한 번 방문할 때마다 상대편은 아홉 걸음씩 앞으로 더 나갔다”고 말했다. 당시 크루즈는 시장에 기술을 출시할 계획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 캔은 당시 피자 배달, 소포 배달, 세미트럭, 차량공유 같은 온갖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애먼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GM은 3월 직원 수 40명인 크루즈에 거액 1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리프트의 공동창업자 겸 사장인 존 지머는 지난해 11월 열린 LA오토쇼에서 업계 관계자들에게 자동차 소유의 종말이 ”현실이고, 심각한 일이며, 당신의 세계를 바꿔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리프트의 공동창업자 겸 사장인 존 지머는 지난해 11월 열린 LA오토쇼에서 업계 관계자들에게 자동차 소유의 종말이 ”현실이고, 심각한 일이며, 당신의 세계를 바꿔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 회사는 리프트의 차량호출 서비스, 크루즈의 자율주행 기술, GM의 차량을 하나로 묶어 협력을 진행할 계획이다. 목표는 구글, 우버, 죽스 등 그 누구와도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주문형 무인운전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이다. 애먼은 “이 시점에서 필요한 세 가지 핵심 요소를 모두 갖췄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동기부여 측면에서 ‘아이팟에 당하는’ 것에 대한 자동차 회사들의 두려움과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기술기업의 열망이 정반대라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무인차의 도로 운전’이라는 목표를 공유한다는 사실이 훨씬 더 중요하다. 실제로 구글, 우버, 리프트, 포드, 볼보는 모두 지난 4월 출범한 로비그룹 ’도로안전을 위한 자율주행 연합(Self-Driving Coalition for Safer Streets)‘의 회원사이다. 디지털 혁명이 낳은 ‘기묘한 동침’이라 할 수 있다.

1930년대, ‘유령 자동차(Phantom Auto)’라는 이름이 붙은 무인주행 포드 모델 T 한 대가 미 전역을 순회하며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였다. 당시 버지니아 주 프레드릭스버그 Fredericksburg 에서 발행되던 신문 ‘프리 랜스 스타 Free Lance Star’는 ‘텅 빈 차가 거리를 누비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며 호들갑스럽게 묘사했다. 이 신문은 ‘아무도 손대는 이 없고, 철사나 끈 하나 붙어 있지 않건만 보이지 않는 운전사라도 있는 듯 차량 사이를 이리저리 누비고, 언덕을 오르고, 모퉁이를 돌고, 신호가 바뀌면 멈춘다!’고 썼다.

그러나 1932년 펜실베이니아 주 하노버 Hanover에서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 유령 자동차의 영광은 막을 내렸다. 사고로 피해를 입은 10명 중 두 명이 입원을 했고, 많은 이들의 팔다리(그리고 한 사람의 머리뼈)가 골절됐다. 운행은 중지됐고, 뒷차로 따라가면서 유령 자동차를 원격 조종했던 이들은 폭력 및 구타 혐의로 체포됐다.

자율주행차에 대한 열광처럼 이에 대한 공포도 새로운 것은 아니다. 유령 자동차 사건으로부터 80년이 지난 후, 구글의 본산인 캘리포니아 주 마운틴뷰 Mountain View에서 이 회사 무인자동차 한 대가 버스와 추돌 사고를 냈다. 기술 블로거들은 지난 5월 ‘꿈의 직업’이 등장했다며 구글이 애리조나 주에서 시운전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하루 8시간씩 차에 앉아 아무 것도 안 하는 대가로 시급 20달러를 준다니 누가 마다하겠느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SNS 반응에서 로봇 자동차에 대한 대중의 두려움을 엿볼 수 있었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나라면 그 돈 받고 지능을 가진 깡통 안에 안 들어간다’고 적었다. 이후 구글은 구글카의 인명사고를 대비해 개발한 ‘인간 접착제(human fly paper)’의 특허를 출원했다. 그러나 불길하게 생긴 접착물질-차에 달라붙은 사람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은 오히려 무인차에 대한 대중의 두려움을 부채질했다.

실리콘밸리는 열광을 이끌어내는 데 매우 능숙하지만, 신뢰는 또 다른 문제다. 그러나 자율주행차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대중이 직접 경험해 보면 두려움이 없어질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25개 자동차 제조사에 추돌방지 시스템을 제공하는 모빌아이 Mobileye의 지브 애비럼 Ziv Aviram은 “탑승자가 기술에 호의적이든 회의적이든 반응은 언제나 똑같다”고 말했다. 무인차에 처음 탄 탑승자는 첫 1분간 긴장된 모습으로 손을 핸들에, 발을 브레이크에 올려 놓는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행동을 취하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탑승 2분이 지나면 긴장이 풀리기 시작하고, 5분 정도 지나면 길에서 눈을 떼고 운전자가 아닌 양 잡담을 시작한다. 그 이후엔 “앞에서 한 행동을 잊은 듯 자유롭게 행동한다”는 게 애비럼의 설명이다.

자동차업계 경영인들은 이런 현상에 매우 익숙하다. 신기능에 대한 대중의 초기 반발은 늘 존재했기 때문이다. 안전벨트, 에어백, ABS 브레이크, 정속주행장치, 심지어 자동변속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포드의 기술책임자 짐 맥브라이드 Jim McBride는 과거의 운전자들은 “내 브레이크를 컴퓨터가 왜 대신 밟아 주지”, “얼굴에 에어백이 터지는 게 싫다, 앞 유리창도 안 보인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고 말했다. 현재도 포드의 자율주행 시험 차량에는 기어 옆에 붉은색 안전버튼이 붙어있는데, 보여주기 이상의 큰 의미는 없다(포드 측은 지금까지 버튼을 누른 사례가 한 번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술적 진전, 갑작스런 계약 증가, 디트로이트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퍼진 ‘변화의 자각’ 등 다양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차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유령 자동차에 가졌던 호기심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미국에서 자율주행이 현실화되려면 주(州)간 협력, 사각지대 없는 인터넷망, 규제당국의 승인, 주차장 · 보험사 · 자동차 판매사 등 관련업체들의 이해와 동의가 필요하다. 뉴욕시에 본사를 둔 자동차 소프트웨어 벤처기업 대시 Dash의 제이민 에디스 Jamyn Edis CEO는 ”2톤짜리 발사체에 센서 몇 개와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후 ‘거 봐, 우리가 스마트하게 만들었지?’라고 말하는 것으론 부족하다“고 말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4단계 자율주행-A지점에서 B지점까지 인간의 개입 없이 차를 호출할 수 있는 수준-이 상용화 되기까진 25~3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부분적 자율주행은 그 누구의 예상보다도 빨리 시장에 안착했고, 구글은 이미 ‘A지점에서 B지점까지’ 가는 기술을 시연했다. (애비럼이 이름을 밝히지 않은) 모빌아이의 한 제조사도 2021년까지는 기술 개발을 완료할 것이다. 후드 티를 입은 기술 마니아들에게 5년은 영원처럼 긴 시간이지만, 애비럼은 “우리 업계에서 2021년은 내일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GM, 포드 등 대형 자동차 업체들은 그 때까지 앱과 로봇택시 관련 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회의적 시선을 감내해야 한다. ‘파괴적 혁신’은 기존 사업의 축소를 필연적으로 수반하게 마련이다. 지금 마크 필즈가 시도하고 있는 자기파괴에 성공한 포춘 500대 기업의 수가 아주 적은 이유이다. 대형 자동차 업체들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집카의 창업자 체이스는 “포드가 15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규모를 유지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한 후 “아마 아닐 것”이라고 자답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 회사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GM은 내년도 캐딜락 CT6 모델에 핸들 조작이 필요 없는 반자동주행 기능 수퍼 크루즈 Super Cruise를 도입할 예정이다. 동시에 자회사 크루즈를 통해 ‘4단계로 직행’하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포드도 진화(현재 차량에 장착된 반자동 기능)와 혁명(시험운행 중인 무인자동차)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포드의 중역들은 기존 사업을 보호하는 동시에 기존 사업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꼭 모순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말이 진실일지 곰곰이 생각하며, 기자는 자율주행 기능이 없는 렌터카를 몰고 디트로이트를 나와 94번 주간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앞서 달리는 트랙터 트레일러를 눈을 찌푸리며 쳐다보고 있는 동안, 왼쪽에서 어느 겁 없는 운전자가 시속 130km에 가까운 속도로 차선을 변경했다. 그 순간, 자동차 딜러의 라디오 광고부터 사고합의 전문 변호사가 낸 저렴한 자동차보험 광고판까지,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자율주행차와 함께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맞을 수도 있겠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다 앞 트럭을 들이받을 뻔 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Erin Griffith

By Erin Griff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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