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모기업 지원 뺀 '자체신용등급' 내년부터 공개

금융위 신용평가시장 선진화방안 발표

금융사 적용 후 일반기업 확대

KT ENS·LIG사태 재발 방지

제3자 의뢰평가 제도 도입하고

불건전 영업행위땐 인가취소

제4신평사 진입은 잠정 보류



내년부터 모기업과 계열사 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채 개별 기업의 독자적인 채무상환 능력만 나타내는 자체신용도(독자신용등급)가 공개된다. 투자자 등 제3자가 신용평가사에 수수료를 내고 특정 기업의 신용등급 평가를 요청하는 것도 허용된다. 그러나 신용평가업계의 관심을 끈 제4 신용평가사 시장 진입 허용은 잠정 보류돼 상당 기간 기존 3사의 과점 체제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21일 이 같은 내용의 신용평가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우선 과거 두 차례(2012년·2015년) 도입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기업 자체신용도 제도를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금융사에 먼저 적용되며 오는 2018년부터는 일반 기업까지 대상이 확대된다.

모기업 KT의 후광에 힘입어 재무건전성 악화에도 신용등급 ‘A’를 유지했다가 지난 2014년 3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KT ENS와 LIG그룹의 지원이 고려돼 투자적격 신용등급을 부여받은 뒤 부도가 난 LIG건설과 같은 사례가 재발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김태현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투자자가 객관적으로 기업 신용도를 파악해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투자 위험을 분석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채 발행사의 의뢰가 없어도 신용평가사가 투자자 등의 요청을 받아 기업의 신용등급을 매길 수 있는 제3자 의뢰평가 제도도 도입된다. 발행사가 신용평가사에 수수료를 지급하고 신용등급을 받는 현행 체계가 ‘등급 쇼핑’의 폐해를 낳고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는 제공되지 않는 점을 바로잡으려는 조처다. 수수료는 투자자가 내야 하며 제3자 의뢰평가를 통해 나오는 신용등급은 일반등급과 구분해 표기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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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회사채 발행사가 원하면 금융감독원 등에 신용평가사를 선정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다. 기업이 등급 쇼핑 등의 의혹 없이 공정하게 신용평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신용평가사를 금감원으로부터 지정받은 기업은 1곳에서만 신용등급을 받아도 된다. 현재는 2곳으로부터 평가받는 복수평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신용평가사가 신용등급을 부실하게 매겼을 때 부과되는 제재는 한층 강화된다. 불건전 영업행위를 하면 인가취소를 당할 수 있고 이해 상충 방지체계 마련 의무를 어길 시에는 영업정지 조처가 내려진다. 금감원은 신용평가사에 대해 매년 주제를 정해 수시 검사를 진행하고 필요할 때는 중점 감사에 나서기로 했다. 신용평가사가 신용평가 등급을 매기는 과정에서 법규를 위반한 탓에 투자자가 손실을 봤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또한 자본시장에서 자율규제 기능을 하는 금융투자협회는 내년부터 신용평가사의 역량을 연 2회 종합적으로 평가해 공개하기로 했다. 신용평가사의 의무 공시 사항도 늘어난다.

금융위는 신용평가시장 선진화 방안에서 제4 신용평가사의 시장 진입 결정은 유보했다. 국내 신용평가시장은 한국기업평가(034950)·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3사가 1986년부터 30년 동안 과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신용평가·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3사 과점 체제가 기업 신용등급의 무용론을 낳은 원인 중 하나로 본다.

금융위는 대신 민간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된 시장평가위원회를 11월까지 구성해 제4 신용평가사 시장 진입 허용 여부를 검토하고 결정할 권한을 주기로 했다.

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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