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잠룡(潛龍)들의 대권 행보가 본격화하면서 유력 주자들의 여론조사 지지율 추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과연 차기 대권의 꿈을 그리고 있는 잠룡들의 지지율은 어떤 방식으로 등락을 거듭하며 민심을 반영하고 있을까.
서울경제신문이 23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와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야 차기 지도자들의 지지율 추이(5~9월)를 분석한 결과 ‘이재명의 약진, 반 토막 난 안철수, 맥 못 추는 김무성, 홍준표의 추락’ 등의 키워드들이 추출됐다.
우선 이재명 성남시장은 리얼미터 조사에서 지난 7월 3주차만 해도 10위에 머물렀으나 8월 3주차에 8위로 순위를 끌어올린 뒤 9월 3주차에는 5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9월 지지율은 4.9%로 4위인 박원순 서울시장(5.4%)을 턱밑에서 추격 중이다. 이재명 시장의 ‘중위권 도약’은 한국갤럽의 조사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그는 5월 2주차에 2%에 불과했던 지지율을 이달에는 4%로 대폭 높였다.
이재명 시장의 이 같은 약진은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에 반발하며 벌인 단식농성 △8·2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전 끊임없이 흘러나온 대표 출마설(說) 등으로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며 전국적인 인지도가 크게 올라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중도’가 대세처럼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재명 시장은 ‘강경 투사’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전통적인 야권 지지층으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각 여론조사 기관들이 6월 이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여론조사에 편입시킨 뒤 현재까지 ‘반기문·문재인·안철수’는 부동의 1~3위로 확고한 선두그룹을 형성했지만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의 경우 지지율 하락폭이 두드러진다. 안철수 전 대표는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5월에는 20%의 지지율을 유지했지만 8월과 9월에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8%에 머물러 있다. 리얼미터의 조사에서 역시 18.7%였던 5월 지지율이 이달에는 11.0%로 뚝 떨어졌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무기력한 모습도 눈에 띈다. 리얼미터와 한국갤럽의 5·9월 조사를 보면 그의 지지율은 각각 6.8%에서 3.7%로, 5%에서 3%로 급락했다. 리얼미터의 이달 조사에서 순위는 9위까지 떨어진 상태다.
윤태곤 실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무성 전 대표는 우선 총선 국면에서 제대로 된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면서 유권자들의 기대를 저버렸다”며 “격차 해소라는 진보적 의제와 경제 활성화 같은 여권의 어젠다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점도 지지층 공략에 한계를 보이는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보수의 아이콘’으로 기대를 모았던 홍준표 경남지사는 뇌물 수수 혐의와 관련한 1심 판결에서 유죄를 받으면서 3% 안팎을 오르내렸던 지지율이 9월에는 1.5%까지 추락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