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정부 엉성한 물류대란 대응에…헛돈 날리는 현대상선

해수부 대체 투입 요청따라

상선 추가로 빌리느라 부담

수요도 없어 불필요 지출만↑

정부의 서투른 물류대란 대응책이 간신히 경영 정상화 궤도에 오른 현대상선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 요청 때문에 시급히 필요하지도 않은 상선을 추가로 빌리느라 가뜩이나 빠듯한 현대상선의 살림에 부담을 주는 것이다.

현대상선은 오는 29일 구주(유럽) 노선에 투입할 4,000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을 새로 해외 선주에게서 빌릴 계획인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해양수산부는 미주·구주 노선에 각각 컨테이너선 4척, 9척을 대체 투입해달라고 현대상선에 요청했다. 한진해운이 지난달 말 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발생한 물류대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국내외 화주들의 현대상선 대체 투입 선박 이용률은 저조한 실정이다. 미주 노선에 투입된 ‘현대 포워드호’ ‘현대 플래티넘호’는 부산항을 떠날 때 컨테이너를 100% 가까이 채우고 출항했다. 하지만 돌아올 때는 짐을 절반 정도만 싣고 올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갑작스런 선박 투입 결정으로 통상 1~2개월이 걸리는 수요 예측을 제대로 하지 않은데다 많은 화주가 이미 외국 해운사로 갈아탔기 때문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전 세계 교역량 둔화 때문에 우리뿐 아니라 다른 업체도 화물을 100% 채우지 못한 채 운항하고 있다”며 “다만 대체 선박의 상황이 우려할만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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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대상선으로서는 업계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 방침 탓에 불필요한 추가 용선을 하게 된 셈이다. 4,000TEU급 컨테이너선 1척에 대한 국제 용선료는 하루 약 5,000달러(약 5,600만원) 안팎에서 형성된다. 정부가 현대상선에 총 13척을 투입해달라고 요청한 만큼 용선 규모를 더 늘려야 할 수도 있다.

지난달 구조조정을 마무리 짓고 경영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는 현대상선과 회사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추가 용선으로 인한 지출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3·4분기 성수기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보여주기식 정책을 무리하게 실시해 유일하게 남은 대형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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