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문화체육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의 출연금 명세서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을 분석한 결과, 포스코 등 미르와 케이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기업들이 이사회 규정까지 어겨가며 거액을 출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은 약정 출연금을 충당하기 위해 계열사로부터 쪼개기 모금을 동원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포스코는 K스포츠 재단이 설립허가일(올해 1월 13일) 보름 후인 1월 28일에 이사회를 열어 30억 원을 출연하기로 의결했다. 설립허가 신청 당시에는 출연을 약정한 19개 재단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추가 집행 과정을 거쳐 30억 원을 낸 것이다.
포스코는 이사회를 열기 전에 재정 및 운영위원회 사전 심의를 거쳤다. 이사회 규정 제12조(부의사항)가 ‘1억 원 초과 10억 원 이하 기부 찬조는 이사회에 부의해야 하고, 10억 원이 초과한 기부찬조는 이사회에 앞서 재정 및 운영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K스포츠재단에 기금 출연을 위해 정식 절차를 거쳤지만 지난해 미르재단에 30억원을 출연할 때에는 재정 및 운영 위원회의 사전심의를 받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6일 이사회 의결만으로 미르재단에 기금 출연을 결정한 것이다.
아예 이사회 의결 자체가 없었던 기업도 있다. 미르 재단에 11억 원을 출연한 ㈜KT는 이사회 규정에서 10억 원 이상의 출연 또는 기부의 경우 이사회에 부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사회의 의결은 없었다. 삼성물산도 이사회 규정에서 타 법인에 출자할 경우 이사회에 부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미르 재단 출연금 15억 원에 대한 이사회 의결은 찾을 수 없었다.
기업들이 두 재단에 출연하는 과정에서 계열사들로부터 쪼개기 형식으로 출연금을 모금한 정황도 드러났다. 미르재단 설립과정에서 ㈜GS는 26억 원을 출연하기로 약정했는데, GS칼텍스, GS건설, GS리테일, GS홈쇼핑 등 8개 계열사로부터 최소 1억 원에서 최대 6억 3,000만 원까지 각출해서 26억 원을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GS는 올해 7월 K스포츠 재단에 출연하는 과정에도 8개 계열사의 각출로 16억 5,000만 원을 출연했다.
K스포츠 재단에 43억 원을 출연한 현대자동차도 2016년 2월 29일에 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로부터 각 9억 3,000만 원과 10억 9,000만 원을, 3월 2일에는 현대자동차가 22억 8,000만 원을 모아 약정금을 충당했다. LG그룹도 4월 29일 LG화학, LG생활건강, LG디스플레이 등 8개 계열사가 적게는 5,000만 원에서 많게는 10억 9,000만 원까지 각출해 30억 원을 출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웅래 의원은 “일부 대기업들이 내부 의사결정 규정도 지키지 않고 거액의 출연금을 두 재단에 몰아주고, 약정금액 충당을 위해 계열사들로부터 각출까지 받는 행태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정권이나 권력실세가 개입하지 않고 순수하게 전경련이 기획한 사업이라면 기업들이 이렇게까지 무리했어야 할 이유가 있는 지 의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