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英 금융가, '연착륙 없는 브렉시트' 가시화에 공포

영국의 기업과 금융사들 사이에서 영국이 유럽연합(EU) 단일시장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이른바 ‘하드(hard)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Brexit)’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들은 ‘단일시장을 포기하더라도 국경 통제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영국 의회에서 힘을 얻자 ‘EU로 향하는 관문’ 역할을 해 온 시티오브런던의 존립기반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영국 내각 각료 등과 접촉해 온 시티오브런던 내 유력 금융인들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종국에는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탈퇴하는 방향으로 EU와의 협상을 매듭지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브렉시트 찬성파인 리엄 폭스 통상장관과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 담당장관,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 등 ‘EU 탈퇴파’가 브렉시트 관련 정책을 주도하는 가운데 이들 각료가 EU와의 단절 의사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폭스 통상장관이 지난 7월 “영국은 EU 관세동맹을 떠날 것 같다”고 발언하는가 하면 데이비스 장관은 최근 “EU 단일시장에 영국이 잔류할 가능성은 없다”고 못박은 바 있다. 존슨 외무장관도 주권 회복을 위해 출입국을 완벽히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EU 외 국가들과의 쌍무적 무역협정 체결을 위해 (EU와의) 철저한 단절의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게다가 시티의 버팀목으로 활약했던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의 내각 내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점도 영국이 EU 경제권에서 배제되면서 경쟁력을 잃게 되는 ‘하드 브렉시트’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익명의 한 금융인은 “폭스 장관 등은 (금융사들의) 말을 들어보려도 하지 않는다”며 “만약 그들과 심도깊은 토의를 해도 브렉시트의 장점에 의문을 갖는 사람이라며 무시당한다”고 털어놨다. 존 맥팔레인 바클레이스 은행 최고경영자(CEO)도 “브렉시트 찬성파들의 주장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폭스 장관은 실질적인 수치를 봐야 한다. 합리적인 결정과 정치적인 판단에는 균형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맥팔레인 CEO는 자신이 이끄는 로비단체인 ‘더 시티UK’를 통해 금융산업이 영국 경제에 기여하는 몫을 강조하는 보고서를 내놓을 계획이다.


현재 글로벌 은행과 보험회사, 자산운용사 등은 현재 영국에서 사업인가를 받은 뒤 EU 회원국 중 한 곳으로서 역내에서 자유롭게 사업을 펴는 ‘패스포팅’ 권리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영국이 단일시장에서 배제돼 패스포팅 권한을 상실할 경우 금융사들이 유럽 내 본거지를 영국에서 다른 EU 국가로 옮길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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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분석에 따르면 영국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들은 총 96개이며 이들의 운용자산은 7조5,000억 파운드에 달한다. 이들이 직접 고용하는 인력만 59만명에 달한다. 특히 EU 패스포팅을 통한 사업은 미국의 5대 투자은행과 스위스의 양대 은행을 포함한 국제적 투자은행들의 런던 사업에서 약 20~2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이날 KPMG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 기업들 중 76%는 ‘EU를 떠나는 상황이 현실화 될 경우’ 본사 등 기관을 해외로 이전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사대상은 연매출 1억 파운드~10억파운드를 올리는 영국 기업 100곳의 CEO들이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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