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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열의 Golf&Law] 자영업자면서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법리 명확히 재정비해 사각지대 없애야

<75> 골프장 캐디는 노동자?

한 골프장에서 경기보조원(캐디)의 관리 및 배치 업무를 골프장 일반직 직원이 담당하도록 하자 이에 반발한 노조가 부당노동행위로 제소한 일이 있었다. 동시에 노조는 골프코스 수선 업무를 거부했다. 이 사안에 대해 최근 지방노동위원회는 골프장의 손을 들어줬다.

그간 대법원 판례로 볼 때 캐디의 법적 성격은 다소 애매하다. 사실상 자영업자이면서도 동시에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왔다. 캐디는 골프장에 대한 근로보다는 라운드 중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반적인 지휘관리 감독 권한이 없다는 점에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는 아니다. 반면 노동쟁의조정법상으로는 노조를 결성하고 노동쟁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근로자로 해석되기도 한다.


대법원의 이런 판결 취지에는 캐디의 업무 성격이 일반 근로자와 다르다는 특수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캐디의 지위 보호에 있어서는 소홀하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캐디는 골프장의 지휘 감독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다른 직원과 거의 차이가 없는데도 근로기준법상의 법적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4대 보험이나 퇴직금 등 근로자 보호를 위한 각종 사회보장제도의 혜택도 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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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안을 살펴보면 먼저 그간 경기보조원 조장에게 맡기던 캐디의 관리·배치 업무를 일반 골프장 직원이 담당하도록 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의 소지가 있다. 캐디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가능한 한 자율적 운용에 맡기는 게 취지에 맞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캐디를 다른 근로자와 같이 지휘 감독을 하면서 이들에 대한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모순을 초래할 것이다. 코스의 디보트 보수 업무에 관해서는 이것이 캐디의 고유 업무인지에 다소 의문이 든다. 코스의 기본적인 관리는 골프장의 고유 업무인데 이를 전가하는 측면이 있다는 생각이다. 캐디가 단지 경기진행뿐 아니라 골프장 관리 일반에 대해 골프장의 지휘 감독하에 놓여 있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고 보호돼야 하는 게 논리적으로 맞다.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캐디에 대한 법리를 명확하게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인 지휘 감독 관계를 인정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방향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캐디의 개인사업자성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자율성을 좀 더 강조함으로써 골프장과 캐디 사이의 합리적인 균형과 조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법무법인 양헌 온라인리걸센터 대표변호사·KAIST 겸직교수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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