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핫이슈] 현대차 파업에 등터진 협력사 "올 최악 실적"

현대차 생산중단 → 부품업체 가동중단

매출 없는데 고정비용은 늘어 경영난 심화

협력사들 재고비용 줄이기 위해

적기생산시스템 적용해 올스톱

대규모 설비 투자 단행한 업체는

눈덩이 금융비용 부담에 주름살

현대차 2차 협력업체인 변속기 제조업체 A사의 이동건(가명) 대표는 요사이 밤잠을 제대로 잔 적이 없다. 현대차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경영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A사는 지난해 하반기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단행했다. 70%의 가동률이 나와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데 파업 장기화로 가동률은 급격히 떨어지고 금융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파업이 계속되면서 협력업체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생산라인이 올스톱되며 매출은 급감하고 있지만 인건비와 금융이자 같은 고정비용은 되레 늘어나 경영난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협력업체에 대한 피해보상이 어렵다고 선을 그은 가운데 협력업체들의 실적악화가 사상 최대에 달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마저 나온다.


부산지역 도금업체 B사는 최근 5개월 사이 매출이 35%나 급감했다. 더 큰 문제는 경영부실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고정비를 줄이려면 인력을 감축해야 하지만 차후 신규 고용이 어렵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대표적 3D 산업인 도금은 만성적인 구인난을 겪고 있다.

B사 대표는 “고정비를 조금이라도 만회하려고 일부 라인을 돌리고 있지만 물류창고는 더 이상 빈자리가 없고 재고부담으로 남아 있다”며 “완성차 업체들의 파업동향을 하릴없이 지켜보고만 있다”고 토로했다.


재고비용을 줄이기 위해 적기생산 시스템을 적용하는 협력업체들의 경우 생산라인 가동이 아예 중단됐다. 납품처인 현대차 생산라인이 멈추면서 부품생산의 필요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생산라인이 멈춘 기간만큼 고스란히 매출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난항을 겪자 지난 7월19일 올해 첫 부분파업을 시작한 후 총 31차례나 강도 높은 파업을 벌이고 있다.

관련기사



대규모 설비투자가 진행된 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어렵다. 금융비용이라는 또 다른 악재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은행에서 50억원을 차입해 신규 설비를 들여온 엔진부품 업체 C사는 올해 말을 임계점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은행 이자를 내려면 이익은커녕 매출이라도 발생해야 하지만 모든 게 멈춘 상황”이라며 “자금상황을 봤을 때 길어야 연말까지밖에 견딜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은 파업 이후 벌어질지 모르는 단가 후려치기도 걱정이다.

자동차산업조합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의 임금이 오르면 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협력사의 납품단가 인하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게 되면 협력사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인도 커지고 노사갈등이라는 또 다른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해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