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관가 "법 유권해석, 권익위 대신 '대법 매뉴얼' 따르겠다"

김영란법 시행...혼란 여전

"잠재적 직무 관련성까지 인정 바람직 안해"

대법원, 김영란법 적용 사례 다르게 해석

일부부처는 결혼식 참여·행사 협찬 등 허용

권익위 유권해석과 다른 매뉴얼 자체 제작도

3015A05 권익위와 대법원의 엇갈리는 김영란법 해석 수정13015A05 권익위와 대법원의 엇갈리는 김영란법 해석 수정1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이틀째인 29일에도 각 정부부처는 자체 매뉴얼을 만드는 등 여전히 법의 내용을 둘러싼 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일부 부처에서는 김영란법 소관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의 유권해석이 늦어지면서 만든 매뉴얼조차 배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김영란법의 논란거리를 최종 확정할 대법원이 내부 구성원을 위한 김영란법 매뉴얼을 내놓으면서 각 부처가 주목하고 있다. 법원은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행정부에 속한 권익위의 유권해석을 받지 않았는데 일부 사례에서는 기존 판례 등을 들어 권익위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자체 매뉴얼을 만들었는데 대법원에서 매뉴얼을 내놓았다고 해서 그 내용을 참고해 최종 확정할 생각”이라면서 “권익위도 물론 유권해석을 내리지만 김영란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을 대법원이 한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고 밝혔다.

◇대법원, ‘지나치게 포괄적인 직무관련성 바람직하지 않아’=대법원이 판사를 비롯해 법원에서 일하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김영란법 매뉴얼은 기본적으로 권익위의 유권해석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직무관련성 등 일부 사항에 대한 해석은 권익위와 다르거나 다른 의견을 병기했다. 직무 관련성에 대해 권익위는 현재 직무관련성뿐 아니라 과거 관련자나 앞으로 관련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까지 포괄해 정의했다. 지난해 담임선생임과 학부모, 전 출입처 관계자와 언론인 등이 그에 따라 직무관련성이 인정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권익위의 해석에 대해 “청탁자가 장래의 유리한 직무수행에 대한 기대가 전제돼 있을 수 있으므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면서도 “김영란법은 잠재적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는 금품을 규정했으므로 그 외까지 직무관련성을 포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영란법이 부정청탁을 정의할 때 규정한 ‘법령을 위반하여’라는 표현에 대한 해석도 엇갈린다. 권익위는 14가지로 열거한 부정청탁 유형과 관련한 법령 이외에 성실·공정·청렴 등의 의무를 규정한 공무원기본법 등 모든 법령이 포함된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현재 공무원기본법을 위반했다고 해서 형사처벌을 하지 않고 있고 공무원이 아닌 공공기관과 언론사·사립학교 직원 등은 공무원기본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부정청탁 유형에 관련한 법만 해당한다는 견해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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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관계자는 “큰 원칙은 잡혀 있지만 개별 사례에 대한 판단은 최종적으로 법원이 하는 것이어서 현재는 누구도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고 대법원도 “법관 및 법원 공무원에게 행동 기준으로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에서 작성된 것으로 향후 구체적인 사건에서 법원의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권익위 유권해석 ‘흔들’=김영란법의 절대 권위자 역할을 하던 권익위의 유권해석을 따르지 않는 정부부처도 있다. 한 경제부처는 대변인이 아닌 공무원이 출입기자와 3만원 이내에서 오찬간담회를 해도 되느냐고 권익위에 질의했고 권익위에서는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 부처는 자체 감사담당관실의 자문을 받은 결과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시행 초기인 만큼 조심하는 게 좋겠다’는 해석을 받아 계획한 간담회를 취소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법적으로 허용하는 선 안에서는 공직자들이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고 정당한 소통을 하는 것이 김영란법에 대한 오해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존의 관행을 답습해 김영란법 위반 여부가 우려되는 매뉴얼을 만든 부처도 있다. 한 행정부처는 ‘대변인이 출입기자 결혼식을 부처 국장들에게 알리고 참석을 권유하는 것이 가능하다’ ‘언론사 주관 박람회에 협찬하거나 30만원 상당의 콘퍼런스 티켓을 사는 것이 가능하다’고 적시한 매뉴얼을 만들었다. 그러나 권익위 관계자는 “출입기자 결혼식의 참여 및 경조사비 지원은 원래부터 잘 알고 있던 사이고 국장 직위와 관계없이 이뤄지는 경우로 한정하며 언론사 행사 협찬 역시 정당한 반대급부가 있는 계약을 체결해야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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